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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그러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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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그러니 사람이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8.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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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그러니 사람이다
                - 김혜숙 作

발 디딜 틈도 없는 잡풀 무성한
묵정밭에 쭈그리고 앉아
세상을 본다

이 하루도 하릴없이 썩히고 말았다
쥔 것 하나 없이 뒹굴다 
노을이 진 것보고 저녁인 줄 알고

누구나 아침에 눈 뜨면 자기 할 일 하러
안간힘을 쓰며 밀림으로 떠나는데

우르르 쏟아지는
선량한 초식동물들과
사나운 짐승과 함께 하는 밀림

세상이 바뀌고 세월 흐름에도
눈만 뜨면
변함없이 사느냐 죽느냐에 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귀를 닫고 언어를 잃어도 주위를 살필 줄 알고, 
이웃을 사귈 줄 알며, 스스로 걸을 수 있다면 사람이다. 
생각하지 못하며,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슬픔과 웃음을 잃어야 사람에서 제외된다. 

그때는 죽음에 이르렀을 때다. 산다는 것은 어렵다. 
귀를 닫아도 들려오고 주위를 살펴도 위험은 온다. 

또한 사귐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서 극단적으로 단절하는 사례가 많아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가둔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현상에서 삶의 고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올라타는 건 자의가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간을 타게 되고 한 번 오르면 죽을 때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사람의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 기간 동안에 자기 것을 찾기 위하여 경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끝에 도달하여 노을을 보는 게 사람이다. 

그 속에서 사람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이다. 

자연을 경외하며 맹수를 두려워하는 것은 정해진 섭리지만 같은 처지의 사람이 가장 두려운 이유는 생각이 같고 터전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그 속에서 서로를 이기려고 노력한다. 

김혜숙 시인은 그것을 강조한다. 
경쟁의 대상이지만 사람은 사람으로서 최대의 노력을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 과정은 허무하다. 
삶의 밀림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의미가 없는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숲에 들어가 경쟁의 끈을 쥐어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다. 

그러나 삶은 틀 속에 갇힌 경쟁이다. 
바뀌는 세상, 흐름의 연속에서 변함없이 죽느냐, 사느냐 다퉈야 한다. 
그것을 탓하는 이도 없으며 그게 자연이라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승리했을 때의 모습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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