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2024 키워드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2024 키워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2.07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내년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요?” “내년엔 세상이 좀 편안해지겠죠?” “내년엔 과연 어떤 트렌드가 유행할까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관심을 더 쏟는다. 정치·경제·사회 등 전방위적인 불확실성은 이런 궁금증(사실은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다가오는 미래를 미리 전망해보는 예측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다.지금 서점에 가면 대략 20여권의 이런 예측서들이 서가를 점령하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4’를 비롯해 ‘2024 트렌드 모니터’ ‘라이프 트렌드 2024’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 같은 책들이다. 이 중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벌써 16년째 출간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지난 10월 서점에 깔린 ‘트렌드 코리아 2024’는 나오자마자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가 내년 트렌드 중 맨 앞자리에 내세운 키워드는 ‘분초사회’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사회적 경향을 짚은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면서도 한 손으로는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시간이 아까워 정상 속도가 아니라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또 유튜브 요약 영상을 찾아본 후 드라마나 영화를 다 본 걸로 치부한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됐다는 얘기다. 당근마켓에서 유명 맛집 줄서기, 자녀 등하교 라이딩, 강아지 산책시켜주기 등 시간을 아껴주는 대행업무가 거래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주 오래된 격언처럼, ‘시간이 돈’인 세상이 된 셈이다.

‘트렌드 코리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책이 발표되면 언론과 기업, 학계가 10개의 키워드를 앞다퉈 소비하고 그중 몇 개는 꽤 오랜 시간 살아남는다. 유사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마케팅 업계에서 한 번쯤 딴지를 걸 법도 한데, 매번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그거 아시죠?”라고 되묻는 걸 보면 역시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국내 출판 업계에서 잡지 빼고 이만큼 성공한 브랜드가 있던가.첫 발간이 2008년이라고 하니 햇수로 16년 정도가 되었다. 필자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책을 챙겨보기 시작한 지는 얼추 10년 정도가 됐다. 사실 내년 트렌드가 어떨지에 대한 궁금함은 없다. 애초에 트렌드라는 것이 1~2년 만에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책이 내년의 트렌드를 진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년에도 이 책에서 제시된 10개의 트렌드 키워드 중 몇 개를 1년 내내 읊고 다닐 것이다. “그거 아시죠?”라고 물으면, “그럼요!”라고 할 만한 게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에 대한 최근 10년 동안의 언론 보도량 추이를 보면,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시점이 2018년과 2019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SNS상에서도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이 시기에 제시된 키워드들이 욜로, 소확행, 워라밸, 언택트, 각자도생 같은 것들이다. 일정 기간 동안 유행하는 풍조나 경향을 뜻하는 트렌드는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최근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 발전에 영향을 준다. K-Pop,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온라인 소비의 확대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사회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성평등,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미리 파악해야 변화하는 사회에 재빨리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새해 달력을 한 장 남겨둔 이즈음 트렌드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어떤 것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시간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한다는 ‘분초사회’,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프롬프트’, 외모·학력·자산·직업·집안·성격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추구하는 ‘육각형 인간’,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자극적인 콘텐츠나 활동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는 ‘도파밍’,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편을 뜻하는 ‘요즘 남편 없던 아빠’, 기존의 콘텐츠나 브랜드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나 브랜드를 만드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소비’, 지역이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물 같은 ‘흐름’이 중요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리퀴드폴리탄’, 돌봄이 사회적 약자에서 누구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돌봄 경제’ 등을 내년 10대 트렌드로 선정했다.

당장 1~2초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4”의 전망도 현시점에 나타난 현상들이 내년에도 지속되리라는 전제로 한 예측이니 참고만 하자. 내년 지구촌에는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 등의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 등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암울한 경제 전망,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AI 등 디지털 기술 발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 위축과 부동산경기 침체, 웰니스와 힐링, 총선 전후 정치지형 변화, 지방소멸 가속화 등이 내년 트렌드 형성에 영향을 줄 듯하다. 고달픈 삶, 각박한 세태 반영보다는 인간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는 트렌드가 등장하길 바라본다. 첫 발간이 2008년이라고 하니 햇수로 16년 정도가 되었다. 사실 내년 트렌드가 어떨지에 대한 궁금함은 없다. 애초에 트렌드라는 것이 1~2년 만에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책이 내년의 트렌드를 진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년에도 이 책에서 제시된 10개의 트렌드 키워드 중 몇 개를 1년 내내 읊고 다닐 것이다. “그거 아시죠?”라고 물으면, “그럼요!”라고 할 만한 게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이 밖에도 주요 트렌드로 ‘육각형 인간’과 ‘도파밍’을 꼽는다. 육각형 인간은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강박적 경향을, 도파밍은 재미를 좇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을 짚은 키워드다. 또 ‘호모 프롬프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화룡점정은 결국 사색과 분석력을 겸비한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의 시대에 나침반 역할을 하는 예측서 한 권쯤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