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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2023 계묘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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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2023 계묘년을 보내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2.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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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세밑이면 흔히 동원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이 올해처럼 딱 들어맞는 해도 별로 없을 듯하다. 2023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도 저물어 간다. 십이간지 가운데 번창과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의 의미가 무색하게 올해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모두가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영화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또 치솟는 물가와 금리 탓에 먹고 쓰는 모든 일에 고민이 끊이지 않았던 고달픈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올해의 끝자락이다. 마지막 달 12월을 보내고 있다. 방송사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각종 시상식이 열리고 회사나 조직, 모임 등에서는 송년회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한다. 새롭게 맞이할 새해를 기다리며 한 해를 돌아보는 때인 12월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2023년은 어떤 해였을까? 매년 12월이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대학교수들에게 비친 2023년은 이익을 따라 의로움을 잊어버린 한 해인 듯하다.

2023년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꼽혔다.대학교수들이 꼽은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지만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2022년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는데 올해는 이익을 위해 의가 사라진 견리망의(見利忘義)라니 나아진 것이 없음이 안타깝다. 사자성어로 올해의 모습을 정의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한다. 지출과 수입을 결산하고 일의 진행과 결과를 보고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준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성찰 행위이다. 성찰의 한자어를 보면 살필 성(省), 살필 찰(察) 살피다가 두 번 붙어 있다. 즉 잘한 것이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일어난 일들을 깊이 살피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일을 깊이 살펴봄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개인에게도 성찰의 과정은 필요하고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2023 계묘년(癸卯年)을 마무리하는 매듭달력이 겨울나무의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낱장을 남기고 있다. 가을과 초겨울의 계절에 유독 많은 행사와 모임이 있다. 매듭달 12월에는 계획을 마감하고 성과를 자축하며 마무리하는 송년모임이 많다. 매년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계획과 실행의 범위에서 구분만 다를 뿐 회전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았던 유익한 한 해 였던가 자문해본다.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는 근원적인 물음인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하여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답으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自覺)이라고 정의한다. 누구나 1월 처음의 시작은 꿈과 열정이 가득하고 의욕적이다. 그러나 달이 갈수록 침체와 포기의 이유를 들어 12월의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그래서 매년 초 기획을 설계하고 정리된 계획으로 실행과 점검으로 매년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나 단체, 개개인 또한 다르지 않고 똑같다.그러나 이끄는 수장과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성과는 번성과 퇴보로 남는다. 계획된 목표의 설정과 전략적 실행의 전후에는 협력과 노력이 있다. 상호 본분과 의무를 다하고 매듭달의 마무리와 함께 자축할 필요가 있다. 끝은 좋은 출발을 위한 준비와 새로운 출발의 연결지점이다. 올 해도 변함없는 마무리와 출발점의 기로에서 마음가짐의 기획을 해야한다. 매듭달이 주는 의미와 12달의 근거는 지구가 공전하는 주기와 월령 주기의 조화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에 모두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성어로 감회를 대신한다. 누구나 갖는 하루와 우리 삶 속에서 풍요롭고 행복감을 갖는다면 많은 일, 많은 어려운 사건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대는 첨단의 이기와 풍성한 물질적 경제 속에서 세대별로 다르게 행복감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 척도는 각자의 관점과 기준이 다르다. 

시대상에서 느끼는 하루하루가 행복감을 갖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좋을 뿐이다.1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실이나 끈을 묶는 매듭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무언가를 묶고 고정하거나 연결하는 데 쓰이는 방법으로,

낚시나 바느질할 때, 신발끈이나 밧줄을 맬 때도 매듭이 필수적이다. 수십 수백 가지의 매듭법이 있겠지만 방법은 달라도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같다. 처음과 중간에 아무리 튼튼하게 묶어도 끝을 맺지 않으면 풀리기 십상이다. 이달 중순께 도내 지자체의 한 해 살림살이를 정하는 예산결산안 심사가 끝났다. 어려운 재정 여건으로 평년보다 예산이 크게 줄었다. 도민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한 예산도 예외 없이 깎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여러 진통과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예산만큼 중요한 게 결산이다. 일 년 동안 어떤 사업에 얼마의 예산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산 결과가 곧 이듬해 예산 집행의 잣대가 돼야 한다. 한 해를 보내며 송년 모임과 행사로 분주한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용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성찰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시작한 매사에 끝이 있다. 이러한 뜻을 가진 유종(有終)이 가장 널리는 쓰이는 말이 ‘유종의 미’이다. 연초가 되면 의욕 충만하게 시작하지만 하루하루 고단함이 더해져 목표나 나와의 다짐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 한 해의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않고 다시 다가올 새해를 맞진 않는지 생각해 볼 참이다. 지난 1월 결심한 모든 일을 되돌아보고 차근차근 매듭지어 무엇이든 나에게 수확이 있는 2023년 마무리가 되길 소망한다. 요즘은 웬만한 시골에서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지만, 예전만 해도 수도 대신 수동식 펌프가 대부분이었다. 수동식 펌프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물이 다 빠져버린다.

또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펌프가 얼까봐 일부러 물을 빼놓기도 한다. 물이 다 빠져버린 펌프는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이 올라오지 않고 헛펌프질만 해댄다. 이때 물 한 바가지 정도를 붓고 빠르게 펌프질을 하면 서서히 물이 올라오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치컥치컥’거리며 헛구역질을 하던 펌프에서는 신기하게도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진다. 이렇게 펌프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올 한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뜻대로 된 게 없다고 의기소침해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늘의 실패가 지금 당장은 무의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멀리 보았을 때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중물로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누구나 실패는 피하고 싶겠지만, 그 실패가 더 큰 성공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더 의미 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마중물로 쓰여야 할 마지막 한 바가지의 물마저 냉큼 마시고는 잠깐의 갈증해소에 만족하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설사 올 한해 개인도, 기업도, 경제도 크게 이룬 것 없이 ‘치컥’거리며 헛펌프질만 했더라도 내년에는 그간의 시행착오가 마중물이 되어 시원한 물줄기를 콸콸 뿜어 올렸으면 좋겠다. 이틀만 지나면 새해다. 지난 1년간의 방황과 혼돈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올 한해 치른 값비싼 수업료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새해는 동행(同行)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누구나 실패는 피하고 싶겠지만, 그 실패가 더 큰 성공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더 의미 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마중물로 쓰여야 할 마지막 한 바가지의 물마저 냉큼 마시고는 잠깐의 갈증해소에 만족하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설사 올 한해 개인도, 기업도, 경제도 크게 이룬 것 없이 ‘치컥’거리며 헛펌프질만 했더라도 내년에는 그간의 시행착오가 마중물이 되어 시원한 물줄기를 콸콸 뿜어 올렸으면 좋겠다. ‘12월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한다. 잊고 지냈던 분들과 존재를 확인하며 감사와 축복을 주는 사랑을 나누는 맺음을 가지는 달이다. 2024년에는 더 좋은 계획으로 노력과 열정을 통하여 새롭게 내년을 맞았으면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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