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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죽음의 경제 시대가 가고 생명경제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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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죽음의 경제 시대가 가고 생명경제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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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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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인 자크 아탈리는 오래전부터 기후위기·금융버블·온라인세계구축·디지털노마드·공산주의 약화·테러리즘확산 등 세계의 변화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팬데믹 발발을 미리 경고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21’ 기조연설에서 자크 아탈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류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과 낙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팬데믹이라는 재앙을 만들어낸 과거와는 단절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타주의(利他主義)에 기반 한 ‘생명경제’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와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거나,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생산하는 활동 등이 대표적인 ‘죽음의 경제’이고, 이 분야는 현재 주요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죽음의 경제는 GDP로 드러나는 소비·생산 활동에만 집중했으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동시에 약물·온라인 중독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환경과 건강을 파괴하는 ‘죽음의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을 모두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죽음의 경제에서 탈피하는 한편 친환경·농업·의료·교육 등에 집중 투자해 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경제’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명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70%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최근 저서인 ‘생명경제로의 전환’에서도 팬데믹 재난이 세계를 휩쓴 이후 지금까지 관찰된 사실들의 ‘종합’이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계에 대한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한 어제의 과오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더 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생명경제’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목표로 삼으며,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현장에서 실제적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분야다. 즉 기후, 환경, 농업, 건강, 쓰레기, 상하수도, 스포츠, 섭생(攝生), 교육, 클린 에너지, 디지털, 주거, 문화, 보험 등의 분야를 전부 포함한다. 이러한 전환은 성장 및 생산과의 단절이나 성장 저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되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생명자본주의를 제시했던 국내 석학 이어령 교수의 ‘생명자본주의론’과 괘를 같이한다. 생명자본주의란 그동안 주로 생물학을 비롯 과학 분야에서 사용된 생명애(biophilia), 장소애(topophilia), 그리고 창조애(neophilia)의 세 가지 사랑을 중심 테마로 삼고 그것을 그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인문학적 입장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핵심 키워드는 바로 ‘생명과 사랑’이다. ‘돈에 의한 돈의 자본주의’, ‘물질에 의한 물질의 자본주의’를 ‘생명에 의한 생명의 자본주의’, ‘사랑에 의한 사랑의 자본주의’로 탈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들 국내외 석학들은 인류는 재난과 혼란의 시대에도 전환과 도약을 이룬 경험이 있었다며 전 지구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앞으로 무차별적이고 불확실한 전염병 공포가 주류가 된 이 시대엔 ‘경제'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젠 보건 강국이 선진국이 되고, 건강을 주제로 한 사업 즉 농업 아이템이 대박이 나고, 생명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공 시스템 구축과 환경 및 기후 위기, 그리고 식량 문제와 교육·농업·농촌격차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대책 마련으로 우리 경제도 이제 ‘생명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은 명백한 생명산업이고 생명 경제의 주역은 분명 농민이다. 새로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사회가 도래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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