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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막걸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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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막걸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희망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4.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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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막걸리는 찹쌀·멥쌀·보리쌀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우리나라의 고유의 술이다. 만들기 쉽고, 값이 저렴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가장 사랑받는 정겨운 술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뤄진 시기부터 이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탁하다고 해서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그는 술이라고 해서 가주(家酒), 농번기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라고 해서 농주(農酒)로 불렸다. 조선시대 때부터 막걸리는 집집마다 빚어져 집안 대소사에도 쓰였다. 이는 각 지방이나 가문에 따라 향토성을 띤 명주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조선시대 정조가 수원화성행궁을 건립할 때 일꾼들에게 막걸리를 하사하며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막걸리는 백성과 임금이 나누던 ‘훈훈한 마음’이었다. 

이 ‘막걸리’가 2021년 6월 13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국민이 직접 제안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첫 번째 사례다. 막걸리뿐 아니라 막걸리를 빚는 작업과 생업·의례·경조사 등에서 막걸리를 나눠 먹는 전통 생활관습까지 문화재로 지정됐다.

1970년대 막걸리는 발효 기간을 앞당겨 생산원가를 줄이려고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를 넣어 만들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었다. 다음 날엔 어김없이 숙취와 두통이 뒤따랐다. 

요즘의 막걸리는 카바이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웰빙주’이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영양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막걸리 성분 중에서 물(80%) 다음으로 많은 것은 10%내외를 차지하는 식이섬유다. 막걸리 한 사발의 식이섬유는 같은 양의 식이음료보다 100배 이상 많다. 막걸리는 빚는 과정에서 누룩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면 식후 막걸리 한 잔은 약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맥주(40%), 소주(30~40%), 막걸리(8~10%), 기타(위스키 등)의 순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70~80%의 소비량을 차지한 막걸리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이후 2000년대 2%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0%대로 올라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년 우리 국민의 주류 소비·섭취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막걸리 선호도는 2017년 25.8%에서 2020년 45.6%로 급증했다.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하다.  

특히 지역특산물을 사용해 풍미를 더한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채소 등 지역특산물이 들어간 색색의 막걸리, 고급화·고품질에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차별화한 막걸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MZ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칵테일막걸리, 에스프레소막걸리, 망고막걸리, 호프식막걸리 등 막걸리 트랜스포머가 줄을 잇고 있다. 안주도 더 이상 김치와 빈대떡이 아니다. 무슨 막걸리냐에 따라 안주도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대표적인 브랜드 막걸리의 출시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경기 포천 더덕, 가평 잣, 충남 공주 밤, 전남 고흥 유자, 경북 문경 오미자, 제주 귤·땅콩 등을 가미한 막걸리가 있다. 소비자의 막걸리에 대한 인식변화도 긍정적이다.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거나 차별화한 제조공법을 사용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사겠다는 의향도 늘고 있다. 막걸리 구독서비스도 등장했다. 월 구독료 3~4만원에 막걸리 등 전통주 2~4병과 함께 어울리는 스낵안주와 술의 특징·활용법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한 큐레이팅 카드와 함께 받는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미국, 중국, 베트남 등지로 한국인 거주 지역 중심으로 막걸리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다. 수출 규모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하기엔 적은 수치이지만 외국에 막걸리 양조장들이 진출하는 현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우리 술 막걸리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더욱 받게 됐으며 세계로 진출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에 그치지 않고 막걸리를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유네시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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