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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3모작 성공은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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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3모작 성공은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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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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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가 부러운 순간이 있는데 바로 3모작을 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에 다녀온 지인이 “베트남 사람들은 좋은 옷이나, 핸드폰 같은 고가의 전자기기에 욕심만 없으면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해 놀란 적이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식량 걱정은 안 한다고 하는데 바로 1년에 세 번 농사를 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년에 단 한 번 농사를 짓는 우리 입장에서는 참 부러운 일이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지난해 시설하우스 안에서 수박과 벼를 두 차례 수확하는 3모작을 처음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시설하우스 안에서 상추, 무, 파 등 채소를 3모작으로 재배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른 작물과 벼를 두 차례 재배한 3모작은 이번이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충남 청양군의 한 농가는 지난해 12월 4일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고 있는 겨울에 벼를 수확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설하우스에서 1~5월 사이 수박을 재배·수확한 뒤 6월 9일 ‘빠르미’로 모내기했다. 이후 69일 만에 수확하고, 8월 26일 여기에 다시 ‘빠르미’로 모내기하고, 12월 4일 수확해 3모작을 완성했다. 한 해 동안 수박이 한 차례, 쌀이 두 차례 수확된 셈이다. ‘빠르미’ 덕분에 ‘수박+벼+벼’ 방식의 3모작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3모작 성공에는 국내 쌀 품종가운데 재배기간이 가장 짧은 ‘빠르미’의 역할이 컸다. ‘빠르미’는 충남농업기술원이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품종이다. 국내 유일 2기작 벼 품종으로 이앙부터 수확기까지 기간이 80일 안팎에 불과하다.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경우에는 이앙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이 60~70일로 단축된다. 국내 벼의 대표 품종인 삼광벼의 재배 기간이 140일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수확 기간이 절반에 불과하다.

쌀 생산량면에 있어서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1차 재배 당시 쌀 수확량은 10a당 350㎏을 생산했고, 2차 재배 시의 쌀 수확량은 10a당 300㎏을 생산했다. 2차례 걸쳐 수확한 쌀의 양은 650㎏으로 충남지역 10a당 평균 쌀 수확량 516㎏을 뛰어넘었다.

시설하우스 내에서 연이어 작물을 재배할 경우 비료와 농약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토양에 염류가 쌓여 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상품성을 떨어뜨려 소득의 감소를 초래한다. 이번 3모작은 논의 염류를 제거하고 토질을 개선해 수확량과 상품성을 높여 소득 증대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목적중 하나이다. 시설하우스 토양에서 수박, 토마토, 오이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집적되는 염류를 제거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벼 재배이다. 염류가 쌓인 토양에 물을 대고 벼를 재배한 경우 토양 내 염류 85% 가량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빠르미’는 우리나라 벼 품종 가운데 유일하게 노지재배(露地栽培)에서도 7월 수확이 가능하다. 당진의 ‘빠르미’ 노지재배 단지에서는 1차례 수확량이 10a당 520㎏을 기록한 바 있다. ‘빠르미’는 국내 햅쌀 수확 시기를 8월 하순에서 7월 하순으로 앞당겨 오랜 식생활 풍경을 바꿔 놓았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도 햅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햅쌀은 대개 추석 차례상에 올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8월 하순이 넘어 벼를 수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미’는 재배기간이 짧아 물 사용량은 30%이상, 비료 사용량은 10%이상 각각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 농업에도 유리하다.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재배 기간이 짧은 만큼 가뭄이나 태풍 시기를 피해 재배하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피해 발생 시 비상 재배에 나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식량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커다란 변화가 없는 한 식량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3모작 성공은 식량위기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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