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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새로운 친환경축산업, 양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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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새로운 친환경축산업, 양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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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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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요즘 양봉(養蜂)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양봉은 벌을 기르는 축산업으로 분류되며, 꿀·밀랍·화분·로열젤리·프로폴리스·봉침액·수벌번데기 등을 생산한다. 농축산업 중 휴경지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초기에 돈을 빨리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귀농이나 직장 퇴직 후 주저 없이 도전하는 모양이다.

벌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BC 7,000년 경 스페인 동굴벽화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2세기 고구려 태조대왕 때 중국을 통해 꿀벌을 가지고와서 기르기 시작했다. 643년 백제의 왕자 부여풍(扶餘豐)이 일본으로 건너가 양봉기술 전했다고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나와 있다.

벌꿀은 오래전부터 인삼·녹용과 함께 귀한 영약으로 취급되어 왔고, 밀랍은 고급 초나 공예품에 이용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들의 식량이라 했고, 로마인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다. 현재 양봉산업이 왕성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지이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은 중국이다.

꿀의 종류는 꽃에 따라 구별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꿀은 아카시아꿀, 밤꿀, 잡화꿀이다. 아카시아꿀은 아카시나무 꽃의 달콤한 향과 깔끔한 맛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고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밤꿀은 짙은 갈색이며 달달한 꿀이지만 쓴맛이 좀 많이 난다. 잡화꿀은 꽃을 가리지 않고 따모은 꿀이다. 잡화꿀이라고 꿀맛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향은 더 강하다. ‘야생화꿀’로도 불린다. 양봉농가들은 유채꽃(4월), 아카시아꽃(5월), 밤꽃(6월) 등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꽃을 찾아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벌집과 함께 이동하며 벌꿀을 생산한다. 지구온난화 탓에 전국적으로 꽃피는 날짜가 비슷해지는 추세라 이동양봉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꿀은 약 80%가량이 탄수화물로 과당 36∼38%, 포도당 34∼36%, 설탕과 덱스트린이 2∼3%이다. 그 밖에 단백질, 회분, 비타민B1·B2, 개미산·젖산·사과산, 효소 등이 함유되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벌꿀의 효능으로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비위를 보강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풀 뿐 아니라, 온갖 약을 조화시키고, 입이 헐었을 때 치료하며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꿀에는 비타민 및 다량의 효소가 있기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끓여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순수한 벌꿀은 오래되어도 부패가 되지 않아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없다.

양봉산업은 설탕 원료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설탕을 대체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벌꿀은 인체의 생리 기능에 전혀 해가 없는 감미료로 건강식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양봉은 꿀 생산뿐만 아니라 배·사과·딸기 등 거의 모든 농작물의 꽃에 수분을 도와줘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책임지는 농업의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나라 양봉산업은 아카시아꽃 등 밀원을 찾아 이동하는 양봉으로 노동력이 가중되고 생산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의 산업화 정책 노력도 소홀했다. 최근 발생한 꿀벌집단실종(폐사) 현상을 비롯해 밀원지역의 산불피해, 겨울가뭄과 꽃샘추위 등의 기후변화 여파로 올해도 흉작이 예상되고 있어 양봉농가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양봉 선진국가는 이미 꿀벌의 공익적․산업적 가치를 일찍이 인식하여 양봉산업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림이다. 여기에 아카시나무, 헛개나무, 밤나무, 쉬나무, 벚나무 등 밀원수 조림이 확대되도록 정책지원이 이뤄져야한다.

만약 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식물에 교배가 이뤄지지 않아 열매수확이 없어 인류가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더욱 모든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양봉산업육성이 단순한 양봉농가의 소득수단을 넘어서 자연생태계를 보전한다는 공익적 가치에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양봉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친환경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요구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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