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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수제맥주 열풍이 농업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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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수제맥주 열풍이 농업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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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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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수제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 시키고 있다. 수입맥주로 가득했던 편의점 매대는 국산 수제맥주로 가득 찼다. 곰표밀맥주, 말표흑맥주, 진라거, 구미호맥주, 불닭망고에일, 빅슬라이드IPA, 마릴린먼로맥주, 캬맥주, 굿맥주, 와맥주 등 새로운 수제 맥주 120여종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혼술’, ‘홈파티’ 등의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면서 수제맥주를 향한 소비자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7년 433억원, 2018년 633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으로 성장했다. 오는 2023년에는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국내 맥주시장 전체 성장률은 10년간 연평균 0.3% 수준으로 정체됐지만, 수제맥주시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수제맥주와 수입맥주가 5:5로 시장을 분할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수제맥주가 수입맥주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수제맥주의 인기 뒤에는 지난해 1월 개정된 주세법 영향도 크다. 그간 ‘종가세(從價稅)’를 생산원가 기준으로 매겼지만, 규제가 바뀌면서 생산량에 따라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로 개편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원가가 높은 수제맥주의 세금과 판매가격이 낮아졌다. 주류 관련 규제도 완화돼 한 양조장서 다른 제조시설에서 주류 생산을 가능케 하는 위탁제조(OEM)가 전격 허용됐다.

이에 따라 양조장들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 없이도 소매시장 진출이 유리해졌다. 이렇듯 수제맥주에 대한 각종 규제가 사라지고 세금이 낮아지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맛과 제조법이 다양한 퀄리티가 높은 신제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마케팅 방법도 진화되고 있다.

편의점 CU는 2020년 5월 곰표밀맥주를 출시해 2021년 전체 주류 매출액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위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CU수제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했다. 밀맥주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곰표’ 콜라보의 경우 현재 팝콘부터 나쵸, 화장품,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고 후속작인 말표 상품도 식음료부터 생활용품까지 20여 종에 이른다.

CU는 2020년 곰표밀맥주에 이어 2021년 5월 ‘말표’막걸리와 6월‘백양BYC비엔나라거’맥주까지 협업 주류 상품을 잇달아 내놨고 다양한 주류 카테고리로 소비자 지갑을 열게 했다. 이 기세를 이어 2021년 말에 로컬 맥주를 선보였다. ‘드링크 로컬(Drink Local)'이라는 콘셉트로 ‘서울페일에일(논현동)', ‘경기위트에일(가평)', ‘강원에일(춘천)', ‘충청세션IPA(증평)', ‘전라라거(순창)' 등 5종의 맥주를 잇 따라 내놨다. 지역 브루어리에서 개발됐고 전라라거는 국내산 홉(hop)을 사용했다.

이마트24는 2021년 7월 ‘SSG랜더스라거’와 ‘슈퍼스타즈페일에일’을 시작으로 ‘최신맥주골든에일’을 선보였다. 슈퍼스타즈페일에일은 SSG랜더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단 슈퍼스타즈(1982년~1985년)의 마스코트를 캔 디자인에 적용한 복고풍(復古風) 콘셉트로 고객들의 기호(嗜好)를 잡았다.

수제맥주는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열어가고 있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으로 꼽히는 카브루는 2019년부터는 홍콩·싱가포르·몽골·영국 등 여러 국가에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제주맥주는 2019년부터 인도·대만·태국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으며, 코스닥에 상장해 수제맥주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은 고객의 다양한 음주 취향에 맞는 상품과 마케팅으로 주류 명가로 자리매김 하며 현대판 주막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산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깨지고 있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농산물이나 농가공품도 수제맥주와 같이 신선한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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