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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식량 확보가 곧 국가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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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식량 확보가 곧 국가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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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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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코로나19, 이상기후,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며 세계적 식량수급에 경보음이 켜졌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3억 명이 넘는 인구가 굶주림으로 신음하고 있다. 식량위기, 식량안보, 식량전쟁 등의 용어가 메가트랜드가 됐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는 식량생산과 가공․유통을 마비시켰다. 곡물 수출을 제한한 국가도 30곳이 넘는다.

세계 곳곳은 이상기후로 식량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온화한 기온과 비옥한 토양으로 밀과 옥수수, 콩을 생산해 8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나라다. 콩의 경우 예년엔 5,500만톤이 생산됐는데 지난해 파종기인 8월에 가뭄으로 생육 나빠 30%가량이 줄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 미국도 가뭄이 심각하다. 특히 밀 주산지 캔자스주, 오클라호마주, 택사스주는 작년 10월부터 눈과 비가 오지 않아 흉작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봄 개화기가 앞당겨지고, 4월 이후에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는 등 이상기후 증가로 과일과 채소류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잦은 대형 산불도 가뭄 등 기후문제와 연관이 깊다. 온난화와 미세먼지로 꿀벌 개체 수도 크게 줄어 벌에 의한 수분활동 저해로 농산물 안정생산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악화되어 전 세계 식량안보가 더 위협을 받고 있다. 우크나이나는 ‘세계의 빵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국토의 약70%(42만2,000㎢)가 농경지다. 유럽연합(EU) 전체 경작면적의 30%를 차지한다. 토양도 흑토(黑土)로 밀과 옥수수, 콩 농사에 최고 적지이다.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8,400만톤으로 한국 쌀 생산량의 21배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올봄 곡물파종면적이 절반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하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21년 기준 19.3%다. 사상 처음으로 20% 선이 붕괴된 것이다. 곡물자급률 관련 국제 통계가 작성된 200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30.9%였지만 20년 새 11.6%포인트나 떨어졌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80%(연간 1,600만톤)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될 정도로 대외 의존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국민 식생활이 쌀 중심에서 밀 등 다른 곡물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가 많아진 밀·콩·옥수수 등 품목은 국내 생산에 있어 수익성이 낮은 데다 생산 기반과 기계화율, 유통 기반이 미흡해 자급률이 점점 줄고 있어 큰 문제다. 밀이 제2의 주식이 됐는데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2020년 식용 밀 수입량은 250만톤으로 쌀 소비량 350만톤을 따라잡고 있다.

일본의 곡물 자급률은 우리나라보다 4%포인트 낮았으나 안정적 공급망에 우선 투자하며 27.3%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은 종합상사가 해외 농지개발과 계약재배를 통해 곡물 수입의 70%를 안정적으로 책임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카길 같은 외국 곡물 메이저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카길은 한국에 카길코리아와 사료회사인 카길애그리퓨리나를 두고 있으며, 곡물수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밀과 옥수수 가격이 t당 370달러, 295달러로 1년 새 각각 63.0%, 32.9% 폭등했다. 당장 한국은 곡물수입 없이는 식량에 안정을 기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곡물가격 폭등은 우리나라 경제에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극복하고, 곡물가를 최적화하려면 수입선 다변화와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 곡물 저장·가공·유통 기지를 구축․비축해 국제 곡물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면서 적정한 수입가격 안정화를 기하는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장기적으로는 자급률이 낮은 밀·보리·콩·옥수수·감자·고구마 등 밭작물의 국내생산 기반을 공고(鞏固)히 해야 한다. 디지털전환 스마트 기술을 강화해 최대한 생산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식량안보’는 군사안보 이상으로 중요한 ‘국가안보’가 됐다. 식량문제를 더 이상 국제시장에 의존해 해결되길 기대해선 안 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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