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승필의 돋보기] 3대 개혁과제 위한 협치의 모습 보여야 할 때
상태바
[최승필의 돋보기] 3대 개혁과제 위한 협치의 모습 보여야 할 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2.18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그 해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논어의 ‘위령공편’과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 등에서 나오는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논어에 따르면 공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뜻의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했고,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년에도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는 대목에서도 ‘과이불개’가 나온다.

교수신문은 지난 11일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결과, ‘과이불개’가 50.9% 득표율을 얻어 1위로 선정됐다.

이어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뜻의 ‘군맹무상(群盲撫象)’ 등이 뒤를 이었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하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 ‘여당이 야당 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는 등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가 주를 이뤘다.

민생을 외면한 채 오로지 ‘남 탓’만 주장하며 정쟁만을 앞세운 우리 정치권의 어두운 ‘자화상(自畵像)’이다.

전국(戰國) 시대 조(趙) 나라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의 고사에서 유래한 ‘부형청죄(負荊請罪)’라는 말이 있다.

조나라의 환관(宦官)인 영무현(令繆賢)의 식객이었던 인상여는 당시 강국 진(秦)나라가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의 진귀한 보석인 ‘화씨지벽(和氏之壁)’을 빼앗으려고 하자 영무현의 천거로 진나라에 사신으로 찾아갔다.

인상여는 기지를 발휘해 국보인 화씨지벽을 무사히 지켜 돌아왔고, 혜문왕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며 상경(上卿)의 관직을 내렸다고 한다.

인상여는 조나라를 위해 수 많은 전투에서 공울 세운 대장군(大將軍) 염파보다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러자 염파는 천한 신분인 인상여가 한낱 말재주로 높은 자리에 올랐다다며, 노골적으로 인상여에게 앙심을 품었고, 인상여는 이런저런 핑계로 염파를 피하기 시작했다.

인상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측근들이 부끄럽게 여기자 그는 측근들에게 “내가 위세 당당한 진나라의 왕도 꾸짖었는데 염 장군을 두려워 하겠는가. 지금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 장군 때문인데 우리 두 사람이 다툰다면 이는 진나라가 바라는바”라고 했다.

이어 “내가 염 장군을 피한 것은 국가의 위급함을 우선으로 삼고 사적인 원한을 뒤로 미루었기 때무”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말을 들은 염 장군은 며칠 뒤 가시가 달린 회초리를 들고 인상여를 찾아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죄하며, 회초리로 자신을 때려달라고 했다.

이에 인상여는 염 장군을 용서했고, 서려 협력해 진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조나라를 굳건히 지켰다고 한다.

부형청죄의 ‘형(荊)’은 가시나무를 뜻하며, 채찍을 만드는 데 쓰였다. 따라서 부형청죄는 상대방에게 잘못을 사죄하며 자신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나타냈다.

올 한 해 동안 ‘과이불개’로 일관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팽팽한 기싸움만 벌이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뒷전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과 정기국회 회기(9일), 김진표 국회의장 제시 시한(15일) 등 여러 차례의 예산안 처리 기회가 모두 지나갔지만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빚은 400조로 폭증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부·공공부문의 부채가 1년 새 100조 원을 넘게 급증하며 부채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나라빚은 1427조3000억 원으로 지난 문재인 정권 집권기 동안 400조원 가까지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국제 사회의 경고 기준인 60%를 넘어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했다.

“3대 개혁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아주 필수적인 것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은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과이불개’의 모습을 버리고, 3대 개혁과제를 위한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