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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특권, 범죄의 면죄부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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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특권, 범죄의 면죄부 될 수 없어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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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국회 특권을 내려놓기도 미루지 않겠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 거짓을 선동할 수 없도록 하겠다. 국회의원 소환제로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소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해 9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내용이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단 내용으로, 대표연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여당 의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가 부당할 경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활용할 수 있다며 대선 후보 당시의 공약을 뒤집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혀왔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뜻이 있나’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수용하겠지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특권(特權·privilege)’은 어떤 개인, 집단 또는 국가기관에 대해 인정하는 특별한 권리나 이익 및 의무의 면제다.

좁은 뜻으로는 법률상 인정되는 특별한 권리만을 위미하지만 넓은 뜻으로는 이익이나 의무의 면제도 포함된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의해 누구나 특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떤 목적이나 사정에 따라 법률상 그 예외가 인정되어 있다.

국제법상 외교사절이나 그 가족, 또는 외교 공관원 등의 면책특권은 국제 예약상 인정되는 특권이며, 헌법상 인정되는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84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발언, 표결의 면책특권(44, 45조) 등은 헌법이 특별히 규정한 특권이다.

특히,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의 경우 특수한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수사기관에 의해서도 체포를 당하지 않는 특권으로, 체포뿐 아니라 구속도 되지 않는다.

헌법 44조에서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했고,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고 했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국회가 동의하지 않는 한 체포되지 않으며, 회기 이전에 체포된 국회의원은 회기가 열렸을 때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는 특권이다.

이 같은 특권은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방탄국회’ 등을 여는 법적 근거로 작용하며,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방탄국회’라는 용어는 지난 15대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시 한나라당 A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4차례 임시국회를 열면서 처음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월 11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2차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이 가진 특권을 내려놓는 것은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말쓸드린 혁신에 대한 약속”이라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을 위해 비상설로 운영되는 윤리특별위를 상시 운영하고, 시민배심원단 구성 등의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명백한 허위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자는 게 당시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6000만 원대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69석의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161)를 던지며 부결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방탄 예고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따른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10일부터 1월 임시국회를 이어가자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사용을 염두한 ‘방탄 국회’라는 비난이 거세졌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에 대해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검찰 수사가 부당할 경우’라는 조건이 달리면서 대선 후보 당시부터 주장해 왔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 폐지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공약이자 민주당 차원의 혁신안으로 내놓은 약속이지만 이 대표 수사 국면에서 폐기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면택특권 폐지, 정치개혁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는 법치국가의 기본이자 상식”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은 그 상식을 깨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패막이’를 이용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선출된 대리인이지 스스로 성역화하라는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라며 “선거때만 되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공언해 왔지만 항상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특권은 범죄에도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권의식은 심리적으로 ‘보상에 대한 기대’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실제 수행 결과로 나타나는 성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보상을 더 많이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 심리적 특권의식이 지나치면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특권의식이 비윤리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특권은 ‘진실’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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