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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장 높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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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장 높은 가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1.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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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 2005년 2월 24일 미국 플로리다 주(州)에서 성범죄 경력이 있는 존 쿠이라는 당시 46세의 남성이 옆집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9세 소녀 제시카 런스포드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잔인하게 성폭행한 뒤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범인 존 쿠이는 이미 아동 성범죄 전과 2범으로, 1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모범수로 2년 만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후 제시카의 아버지는 “내 이웃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피해서 딸이 살해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성범죄자에 대해 엄격한 관리를 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했고, 플로리다주 의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제시카 런스포드 법(Jessica Lunsford Act)’이 생겨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플로리다주는 이를 계기로 아동 성범죄자는 초범이라도 25년 징역 이상, 재범은 무기징역 선고를 원칙으로 하고, 출소한다고 해도 평생 전자 위치 추적 장치를 착용해야 하는 ‘제시카 법’을 제정했다.

제시카 법은 미국 30개 이상 주(州)에서 시행 중이며,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의 2000피트(약 610m) 안에서 살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조두순과 김근식, 박병화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면서 주거지를 둘러싸고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권선구와 영통구 주거지역 등에서 여성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 31일 만기 출소한 박병화가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에 입주하자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연일 박병화 퇴거를 위한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퇴출 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시민들은 박병화가 입주한 곳은 5개 대학과 17개의 초·중·고가 밀집된 교육지역으로, 지역 학생과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성범죄에 취약한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곳에 주거지를 마련하도록 방치한 것은 여성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또, 12월 27일 국회와 법무부를 방문, ‘연쇄 성범죄자의 주거대책 마련 및 치료감호를 위한 법 개정 촉구 건의문’과 성폭행범의 화성시 거주를 반대하는 시민 서명부를 제출했다.

화성시도 박병화의 화성시 전입 직후부터 긴급대책회의와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상대로 성범죄자의 거주제한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명근 시장은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전자장치 부착기간 강화,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등 규제 마련과 지자체장의 각종 권한 신설, 고위험 성범죄자 등에 대한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제시카 법’ 도입 적극 검토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또, 지난 26일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추진과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가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설 50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대책만으론 부족했다”며 “불특정 다수를 사냥하듯이 범죄를 저지른 ‘괴물’들에게 주거제한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거주제한 내용 등이 담긴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거주지 제한 반경은 최대 500m에서 사안별로 법원 결정을 받기로 했고, 법원이 수용시설이나 보호시설 거주를 지정할 경우 해당 시설은 거리 제한에 예외를 둘 계획이다.

이는 박병화와 조두순, 김근식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주거지를 둘러싸고 증폭되는 사회적 논란과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경기 화성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196명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총 4892명의 성폭력사범이 출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총 3265명으로, 무려 66.7%에 이르며, 특히 조두순, 박병화처럼 10년 이상 복역한 강력 성범죄자의 경우 올 66명 등 총 183명이 출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성폭력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3차례 이상 선고받은 범죄자는 97명이 출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성범죄자는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선량한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강력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는 만큼, 조속한 입법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형 제시카 법은 고위험 성범죄자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법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장 높은 가치(價値)이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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