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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저출산 대응 재원,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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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저출산 대응 재원,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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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지난해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1명 줄었다는 통계청 발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8년 0.98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진 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 같은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는 2869만8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0만9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9월 기준으로 41년 만의 최고 고용률이라고 한다.

이처럼 9월 기준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고용시장이 살아난 것은 여성 고용률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세 이상 취업자 중 남성은 1608만4000명, 여성은 1261만4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경우 취업자 수는 남성은 0.3%(4만9000명) 증가한 반면, 여성은 2.1%(26만 명)나 증가한 가운데, 30·40대 여성 고용률이 상승했다.

특히,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역대 최대치인 68%를 보였다. 30대 여성 취업자는 전년에 비해 9만2000명 늘었으며, 이는 1985년 10만2000명이 늘어난 이후로 역대 최대폭의 증가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혹은 선택하지 않고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초혼 연령’이 해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초혼 연령은 혼인율 감소를 설명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자료에 따르면, 초혼 연령은 남성의 경우 지난 2000년 29.3세에서 2022년 33.7세로, 여성은 같은 기간 26.5세에서 31.3세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결혼 적령기가 훌쩍 지난 나이에서의 만혼(晩婚)의 비혼(非婚)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미혼율은 지난 2013년 5%에서 2023년 14%로 높아진 것이다. 만혼과 비혼화가 진행되면서 미혼 인구 비중은 전연령대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혼인율 하락에 따른 미혼 인구 증가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무엇보다 출산율을 낮춰 미래의 노동공급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율을 저하 요인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21일 OECD 통계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유급 출산휴가는 12.9주(90일)로, OECD 38개국 중 포루투갈(6주)과 호주 및 멕시코(12주) 다음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국가 평균이 18.5주인 점을 고려하면 한 달가량 차이가 나고, 특히, 유럽연합(EU) 국가 평균인 21.1주와 비교하면 두 달가량 짧다.

또,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주권 수준은 1점 만점에 0.11점으로, OECD 31개국 중 밑에서 3번째였고, 가족 시간 보장 수준도 0.37점으로, 31개국 중 20번째를 기록했다.

‘시간 주권’은 개인이 자신의 생활을 자유롭게 배분할 권리로, 시간 통제권을 말한다. 시간 주권이 보장돼야 워라벨(일가 삶의 균형)이 가능하다. 워라벨 수준도 이처럼 OECD 최하위다.

노동시간이 과도하고, 가족 시간은 짧아 일·생활 균형 시간을 보장하는 수준이 낮다는 의미다.당시 논문을 작성한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는 “휴가 사용률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하며, 더 근본적으로는 근로시간을 줄여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약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총선 1호’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 행복’이란 저출산 대책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하고,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신설,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며,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 정책을 통합해 총괄하는 한편, 여기에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 안정적 저출산 대응 재원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를 ‘아이 맞이 아빠휴가’로 개명하고, 1개월의 유급 아빠휴가를 의무화해 육아에 시간을 들일 수 있도록 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정착을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 신청 즉시 자동 개시하도록 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150만 원에서 최대 210만 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이밖에 초등학교 3학년까지 매년 5일씩 유급 자녀돌봄휴가를 신설, 자녀가 아픈 경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임신 중 육아휴직의 사용을 배우자까지 확대 허용하기로 했다.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 저축 및 대출 금리 우대, 특수고용직, 예술인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오는 2025년부터 도입 등도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자녀 수에 따라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2자녀 출산 시 24평형 분양전환 임대주택이 주어지며, 3자녀 출산 시 33평으로 확대된다.

또, 모든 신혼부부는 자산·소득과 무관하게 10년 만기 1억 원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이후 첫째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는 원금 50% 감면, 셋째는 원금 전액을 감면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공약 이행에 연간 28조 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저출산 대책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세수 조달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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