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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천재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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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천재성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2.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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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2년 미국 남부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린북(Green Book)’은 인종차별과 편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당시 뉴욕의 브롱스 클럽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백인 ‘토니 발레롱가’, 별명은 ‘떠버리’로, 주먹질과 처세에 능하고 상황판단이 빨라 클럽 진상 손님들에 대한 해결사 노릇을 해왔다.

그는 클럽이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며 2달간의 무급 휴직을 얻게 되지만 아내와 아들 둘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기에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는 이탈리아게 미국인으로, 주변 환경에 휩쓸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으나 생계가 난감한 처지에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로부터 미국 남부 투어공연에 함께할 운전사 겸 보디가드를 해 달라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 기간은 8주.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생각보다 높은 페이 조건은 흑인에 대한 막연한 거리낌을 무시할 수 있게 해 줬다.

돈 셜리의 제안을 받아들인 토니는 공연기획사 담당자로부터 ‘그린북’을 건네받는다.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노골적인 미국 남부에서 흑인이 안전하게 여행을 하며 사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숙박업소 등에 대한 가이드북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취향과 삶의 방식은 너무 달랐다. 토니는 ‘떠버리’로 불릴 정도로 허풍이 심하고 언행이 경망스럽지만 돈 셜리 박사는 매우 도덕적인 생활과 우아한 삶을 추구하는 인물로, 남부 투어 시작부터 갈등의 연속이다.

토니는 서민들이 좋아하는 통닭을 무척 좋아했지만 셜리 박사는 달랐다. 토니는 판매장에 진열된 돌을 몰래 훔쳤고, 움직이는 차량 밖으로 쓰레기를 거리낌 없이 버렸으며, 주먹질도 일삼았다. 그래서 이들의 갈등은 거듭됐다. 이들을 더욱 괴롭힌 것은 투어 기간 내내 지속된 인종차별이었다.

셜리는 바(Bar)에서 백인들에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양장점에서도 '흑인은 구매하기 전 옷을 입어볼 수 없다'며 모진 대접을 받았으며, 공연장에서는 식당 내 창고를 탈의실로, 화장실은 공연장이 아닌 야외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라는 수모를 당했다.

토니는 그가 당하는 수모를 해결하기 위해 거친 행동을 보였지만 셜리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토니의 거친 행동을 질책했다.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셜리의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토니는 동행하던 공연 관계자로부터 “셜리가 미국 북부를 투어했다면 3배는 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종차별의 벽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남부 투어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두 사람은 여행 내내 티격태격 했지만 어려움을 겪을수록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서로 챙겨주며 점차 친구가 되어갔다.

투어공연을 마치고 두 사람은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폭설이 내렸으나 아내 돌로레스에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토니는 졸음을 참으며 쉴새 없이 차를 몰았다.

졸음운전을 하던 토니의 모습을 본 셜리는 운전대를 대신 잡아 토니를 무사히 귀가시키게 됐다.

집에 도착할 당시 토니의 집안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이웃들과 함께 파티가 열리고 있었고, 가족 중 한 사람이 ‘검둥이’를 운운하며 우스갯소리를 하자 여행을 통해 막연한 편견을 내려놓은 토니는 “그렇게 부르지 마”라며 정색했다.

이때 화려한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간 셜리는 텅 빈 집에 홀로 있다가 다시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토니는 그를 포옹하며 환대했고, 가족들도 흔쾌히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 파티 함께 즐겼다. 토니의 아내 돌로레스도 처음 만나는 셜리를 포옹하며 환영했다.

이 영화는 미국 남부지역에서 용기 있는 공연투어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심리학 박사이자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 박사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인종의 차별과 편견 속에 수모를 당했던 그에게 용기를 준 인물은 운전사 토니다. 이들은 평생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이어갔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한다.

한 법무부장관은 최근 여권의 수도권 총선 위기론이 고조되자 지난 21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온라인을 통해 전국위원회를 열어 자동응답시스템(ARS)투표로 한 지명자 임명을 확정한 뒤 비대위원 인선이 완료되는 29일부터 한동훈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인 원내대표, 정책위원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가운데 한 지명자는 최대 12명을 인선할 수 있다.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50세 새내기 정치인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위기에 놓은 집권당의 운명을 책임질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이다. 그는 ‘실력’을 비대위원 인선 키워드로 제시했다.

젊은 전문가 위주의 인선을 통해 ‘쇄신’의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성도 비대위원으로 다수 포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지명자의 향후 공개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거침없는 화법에 세련된 패션 감각 등으로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한 만큼, 앞으로 비대위원장으로서 내놓은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보가 정치권을 크게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한 지명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긴장감 있는 당정 관계를 만든다면 비대위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지명자는 지난 21일 법무부장관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며 “그 나침반으로는 길 곳곳에 있는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앓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 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 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했다.

영화 ‘그린북’에서 대표적인 명대사 중 “외로워도 먼저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손 내미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다.

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천재성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동훈 지명자는 앞으로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의 갈등과 분열을 없애고, ‘통합’과 ‘쇄신’을 위해 손을 내밀며, 용기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며, 여의도가 아닌 국민의 문법을 쓰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국민들의 기대는 크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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