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승필의 돋보기] 천(川)이 고요하면 달(月)도 고요하다
상태바
[최승필의 돋보기] 천(川)이 고요하면 달(月)도 고요하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02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방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이 어느 천은 작은 것이기에 작게 비추고 어느 강은 큰 것이기에 더 많이 비추어서는 안된다”

국왕이 힘 있고 돈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어 주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는 작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베풀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正祖)가 말한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군주(君主)의 초월적인 위상을 설명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막대한 책임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천(萬川)’은 만 개의 시내로, 한강과 대동강 등 큰 강을 비롯, 조선 8도의 크고 작은 모든 물길이다. 이는 곧 민수, 백성을 뜻한다.

또,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을 의미하는 ‘명월(明月)’은 곧 군주다. ‘만천명월(萬川明月)’은 곧 조선의 모든 백성 골고루 비춰주는 밝은 달이다.

정조는 ‘만천명월’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천이 흐르면 달도 흐른다. 천이 멈추면 달도 멈춘다. 천이 고요하면 달도 고요하다. 그러나 천이 소용돌이치면 달은 이지러진다”고 했다.

그 의미는 하늘에 있는 밝은 달이 물과 함께 흘러가는데, 그 물이 고요할 때는 같이 고요하며, 평화로운데 천이 계곡을 만나거나 불규칙한 지형을 만나 소용돌이치면 달은 본래의 둥근 모습을 잃어버리고 모나거나 찌그러진 모습으로 제 모습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정조는 조선 후기 개혁 정책과 탕평을 통해 대통합을 실현한 군주로, 백성들의 생업이 편안해지고 질서가 잡힌 세계를 꿈꿨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신년사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개혁의 출발점으로는 ‘노사 법치주의’를 꼽으면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노동 개혁안은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근로시간제 개편 및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고용 세습 및 불공정 채용 관행 근절 등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 개혁과 관련, “고등교육 권한을 지역으로 과감하게 넘기고, 지역산업과 연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미래세대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개혁 분야는 국가교육책임제 강화와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지역혁신 중심대학 지원체계 구축, 첨단분야 인재 양성 등이 골자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연금재정에 관한 과학적 조사·연구, 국민의견 수렵과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저출산 및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마련을 비롯, 과학적 분석과 투명한 정보공개, 이해관계자 소통 등이 개혁안의 핵심이다.

그동안의 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노동개혁 1호 정책이었던 주 69시간 근무제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정부는 결국 주 65시간제를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교육 개혁의 경우 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초중등 교육에 사용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조성하기로 한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유아교육·보육 통합과 초등 늘봄학교, 대학 정원규제 완화, 교육부 평가 폐지 등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고, 5세 취학을 통한 학제 개편의 경우 학부모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 결국 백지화되기도 했다.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 정부는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선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합의가 쉽지 않은 민감한 문제로, 3대 개혁 중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2023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에 대해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끝까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이라며 완주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 첫날인 1일 생중계로 진행된 신년사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금융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올해를 경제적 성과와 경기회복의 온기가 모든 국민들의 삶에 구석구석 전해지는 민생 회복의 한 해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이권 카르텔, 정부 보조금 부정 사용, 특정 산업의 독점과 폐해 등 부정과 불법을 혁파해 왔다”며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천명월’의 실현을 통해 천이 고요하고 달도 고요한 2024년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