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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조각(彫刻)할 수 없는 대한민국 정치 되살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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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조각(彫刻)할 수 없는 대한민국 정치 되살리는 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1.14 13: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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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최승필 지방부국방

“宰予晝寢(재여주침)이어늘 子曰(자왈) 朽木(후목)은 不可雕也(불가조야)요 糞土之墻(분토지장)은 不可也(불가오야)니라”
재여가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공자가 말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장은 손질할 수 없다”

재여는 자아(子我) 또는 재아(宰我)라고도 부르는 공자의 제자다. 공자의 10대 제자 중 자공과 더불어 언변(言辯)이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하나다.

논어(論語)와 사기(史記)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등에 이처럼 낮잠을 자는 재여를 꾸짖는 공자와 공자에게 따져 묻는 재여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공자와 같은 좋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공자는 낮잠을 자고 있는 재여에게 “너처럼 게으른 자를 무슨 말로 꾸짖겠느냐. 처음에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말만 듣고 행실(行實)을 믿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말을 듣고 행실까지 살피게 되었다. 재여가 나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언변이 뛰어난 재여는 어느 날 공자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질문했다. “3년 상(喪)은 너무나 깁니다. 군자(君子)가 3년간이나 예(禮)를 닦지 않으면 예는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또 3년 동안이나 음악을 멀리한다면 음악은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1년이면 묵은곡식은 이미 떨어지고 햇곡식이 나옵니다. 나무를 비벼 얻은 불씨도 1년이면 새로운 나무로 바꾸어 불씨를 일으킵니다. 저는 1년 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공자가 “3년 상을 치르지 않고,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너는 편안하겠느냐”고 하자 재여는 “편안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공자가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해라. 군자는 부모의 상중(喪中)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다. 따라서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좋은 음악을 듣지 않을 뿐이다”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처럼 재여는 말솜씨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따지길 좋아하는 제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언변이 뛰어난 재여 때문에 공자는 사람을 볼 때 말뿐 아니라 행실까지 살피는 버릇이 생겼고, 공자는 말만 앞세우고 정작 행동은 하지 않는 재여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저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위기였다. 국가적 위기의 핵심은 정치의 위기”라며 “망국적 정치는 민생의 고통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있고,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면서 “후목불가조,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루 전인 10일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원칙과 상식’ 모임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방탄·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단결만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치 실종을 가져왔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정상화를 요구해 왔다.

이처럼 이 대표는 그동안 사당화 비판을 받아왔고, 당 요직과 혁신위원회 등 주요 인사에서는 ‘친명’ 색채를 강화하면서 당내에서의 다양한 의견 그룹과의 소통도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의 공천 잡음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지난 11일 10차 예비후보 적격자 발표를 통해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비롯,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의원 등이 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친명 인사들이 대거 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스스로 ‘친명 감정위원회’임을 대놓고 천명했다”며 “‘친명이냐 아니냐’가 사실상 민주당 검증의 유일한 기준이라는 게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천관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민참여공천’이라는 포장지를 씌웠지만 이 역시 강성 지지층을 공천 과정에 포함해 ‘친명 결사 옹위대’를 결성하겠다는 얕은 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선임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약속한다. 민주당이 ‘친명, 진명, 찐명’ 타령할 때 국민의힘은 오직 선민(先民)을 유일한 공천의 잣대로 삼아 뛰어난 인재, 깨끗한 인물을 국민 앞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 공천을 총괄하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된 가운데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이 공관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윤심’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이 조각(彫刻)할 수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를 되살리는 척도(尺度)가 되길 기대해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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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4-01-14 22:30:06
이낙연 전 총리의 사례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아전인수로, 자기 지분 믿고, 탈당한 사람이니, 유권자가 그에 맞게 판단할 것입니다.

윤진한 2024-01-14 22:27:49
@과거의 3년상에 대한 의견입니다. 유교경전 오경중 하나인 예기 곡례에 나오는 글입니다.
禮從宜 使從俗: 禮는 시의(時宜)에 따라 그 마땅한것을 따르고, 남의 나라에 사신으로 가면, 그 나라의 풍속을 따른다.
또한 이런 글도 있습니다.
凡祭 有其廢之 莫敢擧也 有其擧之 莫敢廢也
모름지기 제사는, 이미 폐지한것은 감히 다시 제사하지 못하며, 이미 거행하는것을, 감히 폐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예기 예운편에는 이런 글도 있습니다.
故禮也者 義之實也 協諸義而協 則禮雖先王未之有
고로 禮라는것은, 義의 과실인것이다. 義에 비추어 보아서 화협하면, 그것이 곧 禮다. 비록 선왕의 예법에 그러한 禮가 없어도, 義에 비추어 적절하면, 새롭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에 맞게,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게 좋을것입니다

윤진한 2024-01-14 22:27:02
논어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은나라 시대의 3년상.
子張曰 書云 高宗諒陰三年不言 何謂也 자장이 물었다. <서경>에 고종이 양음이라 하여, 복상하는 삼년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子曰 何必高宗 古之人皆然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필 고종뿐이겠느냐? 옛 사람은 모두 그랬다.
君薨百官總己 以聽於冢宰三年 임금이 세상을 하직하면 백관들이 저마다의 직분을 다했고, 총리의 말만으로 정치를 삼년간 해나갔다.
. 高宗: 殷을 중흥한 왕. . 諒陰: 天子가 服喪하고 있는 동안을 말함. .三年不言:삼년간 정치적 발언을 안함. 薨(훙):王侯가 죽다. . 總己: 百官이 모두 각각, 자기의 직무를 수행함. . 冢宰: 大宰, 총리급임.
.출처: 논어/우현민 역해/한국교육출판공사/1986.2.2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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