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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 ‘나 하나만이라도 먼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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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 ‘나 하나만이라도 먼저 나서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2.16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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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화 시인 (1948년생) : 경북 구미 출신으로 197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경주에서 사립고 교사로 근무한 뒤 목회자가 되어 현재 '경주 모 교회' 목사로 재직 중

<함께 읽기> 필자가 이 시를 처음 대했을 때 예전에 읽은 적 있는 프랑스 동화 작가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작품이 생각났다.

한 오지 여행가가 프로방스의 알프스 끝자락 나무 한 포기 없는 황량한 계곡, 바람 세찬 마을을 찾는다.

그의 눈에 비친 마을은 주민들끼리 싸우고, 살인과 자살이 잦은 그야말로 오직 절망만 가득 찬 마을이었다.

그때 그의 눈에 양 치는 한 노인이 들어왔다. 그 노인은 아주 먼 곳에서 물동이를 져다 날라 어린 도토리나무에 물을 주고 있었다.

오지 여행가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이렇게 세찬 바람이 부는 곳에 참나무를 키우려는 노인을 보고 어리석은 짓이라 비웃었다. 하지만 그 노인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그 결과 그곳은 풍요로운 숲으로 바뀌고 바람도 막아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고 한 줄거리다.

이 시는 시행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은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그렇지만 읽고 나면 뭔가 찌르르 심장을 떨게 하는 울림이 있다.

언론인인 필자 또한 가금 씩 저게 옳은 길인데. 써야만(기사) 도덕이 바로 서고, 바른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인데 하면서도. 눈감아 외면해 버리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나 하나 써봐야 뭐 하겠어?’ 하며 돌아섰던 기억이 떠올라 필자에게 이 시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순천만들녁 양지바른 뚝길에 앙증맞은 개불알꽃이 지천이다.
순천만들녁 양지바른 뚝길에 앙증맞은 개불알꽃이 지천이다.

‘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을 꼬집을 때 ‘나 하나 나서본들 뭐가 달라질까’ 하며 외면하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날 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꽃밭이 되는 게 아닌가. 꽃밭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 말하지 말아라’

아주 따끔한 마치 벌에게 정수리를 쏘인 듯 뜨끔한 시어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꽃 한 송이, 잎 한 장이 모여 울긋 불긋한 산을 이룬다는 사실에.

지금 양지바른 담장 밑에 핀 개볼알꽃에 이어  복수초, 노루귀, 봄까치꽃, 제비꽃, 하나 하나가 피어나면서 그 작은 꽃들로 하여 봄은 화려한 계절로 탄생된다.

‘나 하나가 나선들 뭘 ?’ 하며 의문부호를 던지는 건 우리가 어느새 나약한 존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나 하나로 하여 세상이 바뀐다면’으로 마음을 돌린다면 우린 또 그만큼 강한 존재가 된다.

'나 하나만이라도 먼저 나서야‘라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질 때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뀜을 내포한 시라 하겠다.

필자는 이 시를 읽으며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다. 저게 아닌데 하면서도 쓰지 못했고. 저게 옳은데 하면서도 나서지 못했을 때가 있었기에. 이 시를 읽은 뒤 얻은 깨달음은  '나 하나만이라도 먼저 나서야‘ 하는 마음을 다짐케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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