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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0] 희망을 주는 대선 후보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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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0] 희망을 주는 대선 후보자 누구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12.0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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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기 시인(1968년생)
경기 평택 출신으로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2003년 ‘작가 세계’로 등단.

 
<함께 읽기> 병아리는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 두 갈래로 갈린다. 수탉은 바로 분쇄기에 넣어 산 채로 갈아 사료로 쓰이고, 암탉은 부리를 자른 채 닭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말이 닭장이지 꼼짝달싹도 못할 만큼 비좁은데다가 알을 계속 낳도록 한밤중에도 불을 켜놓아 알 낳는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자유롭게 방목된 상태에 생활하는 닭은 수명이 20년이나, 공장식 양계장에 사는 닭은 스트레스로 2년 이상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시는 따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힌다. “알을 낳을 수 없는 그날이 오면, / 우린 모두 끓는 기름 속 / 혹은 / 숯불 위로 몸을 던져 / 소신공양을 하지요” 예전에 길을 가다 보면 트럭에서 즉석 '참나무 숯불 통닭구이'굽는 걸 보고 입맛을 다셨을 때가 있었을 게다. 그대로 해석하면 통닭 사 먹는 우리는 소신공양(燒身供養 : 자기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치는 일)부처가 된다. 불교의 오계(五戒) 가운데, ‘술을 마시지 말고 고기를 먹지 말라’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 시를 사람에 빗대어 보자 "알을 낳을 수 없는 그날이 오면"을 '자식을 생산하지 못하는 나이 든 사람'으로도 가능하고, '하는 일 없이 양식을 축내는 사람'으로도 가능하다. 어떻게 해석하든 나이 든 사람과 희망이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필자는 '어려움에 부딪쳐 그것을 이겨내려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는'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면 나이 많든 적든 관계없이 통탉 구이통에 들어가는 신세가 된다. "해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 그것은 내일이 없다는 말과 같아요" 해마다 내일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희망 없이 산다면 양계장의 닭들과 뭐 다를 바 있겠는가. "슬픔은 항생제도 듣질 않아" 양계장의 닭 신세가 되었다고 슬퍼해 본들 그런 사람을 치료해 줄 약은 없다. 오히려 항생제에 내성을 지녀 그 슬픔이 더 악화될 뿐. 내년 3월,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선 후보자를 잘 가려 투표하자.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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