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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8] 겨울초입, 희망의 배트를 휘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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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8] 겨울초입, 희망의 배트를 휘두르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11.03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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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1961년생)
경기도 의왕 출신으로, 아주대 국문과를 졸업 후 상명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 전공. 시와 산문, 사진, 여행에 관한 글을 씀

<함께 읽기> 싸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린 늘 화합, 협동, 평화, 배려, 이런 말들을 강조하지만 지금 세상은 싸우지 않으면 손해 보는 구조체다.

그래 이 시의 맨 앞에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은 싸움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이의 뒤통수를 치고, 남 위에 올라서기 위해 비상식적인 짓도 서슴지 않고,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지만 교활함과 비열함으로 무장한 상대들과 싸워야 한다. 이 싸움의 궁극적 목적은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서다. 즉 나의 삶이 좀 더 알차기 위해서. 그리고 싸움의 대상은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이 된다.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그러나 가장 힘든 싸움은 나를 괴롭히는 남과의 싸움이 아니고 바로 '나와의 싸움'이다.

한두 번의 실패가 쌓이면서 점점 자신을 잃고 나약해져 폐인이 된다. 그건 외부의 적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저승냄새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 즉 바로 내부의 적이다.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

9회 말 거의 패색이 짙은 야구 시합에서 끝내기 홈런이 나오듯이 몸서리쳐지는 이 부조리 불합리의 세상을 향해 배트를 휘두른다.

휘두른 그 배트에 맞아 날아간 공이 땅볼이 될 수도, 플라이 아웃이 될 수도, 단타·장타 아니면 홈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휘두르지 않았다면 오늘 한번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보자. 휘두르지 않고는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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