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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1] 어머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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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51] 어머님 사랑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12.1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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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조시인(1961년생)
충남 금산 출신으로 1985년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 공고 졸업 후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노동의 현실을 표현하는 시를 주로 씀.

<함께 읽기> 이 시를 이해하려면 괄호와 반 괄호의 차이를 알아야 하겠다. 괄호는 시에도 나오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듯한데, 반 괄호가 조금 애매하다.

괄호가 '(가) (나) (다)'라면, 반 괄호는 '가) 나) 다)'이다. 여기서 반 괄호의 모양만 떼어 놓고 보면. ' ) 무엇과 닮았는가? 바로 초승달 모양이다. 반괄호를 보면서 초승달을 떠올린 시인의 관찰력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그럼 괄호 ( )는 바로 보름달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시인은 괄호를 보든 반 괄호를 보든 달을 떠올렸다. 더구나 단순히 괄호와 반 괄호가 달을 연상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머니를 끌어온다.

아버지는 시인의 나이 다섯 살에 돌아가셨다. 그러니 어머니 혼자 몸으로 7남매를 키웠다는 말이된다. 그 삶은 보름달 같은 삶이 아니라 초승달 같은 삶일 수밖에없다. 헌데 하필이면 어머니는 초승달이 뜨는 날에 돌아가셨다. 살아 계실 때도 초승달, 돌아가셨어도 초승달,그래서 한 번도 괄호로 살지 못하고 반 괄호로 사셨다. 그리도 어려움을 헤쳐 가며 7남매를 키워낼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둥그런 달빛 속을 파고 든 저 그림자 / 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 / 서로가 품고 품어서 반 괄호가 되어 있다.”

“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 이 시행에서 그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렇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기 몸을 다 내주어 텅 빈 채 그림자로 살려한다. 게다가 홀몸으로 키웠다면 더욱 그렇다. 좋은 어머니를 두셨으니 자식도 닮아가는가 보다. “불혹의 내 나이도 반 괄호가 되었지만 / 자식의 숨소리에 쫑긋 세운 내 두 귀는 / 언제나 초승달처럼 앞 괄호를 열어둔다” 어머니처럼 귀를 쫑긋 세운 채 자식을 위해서라면 앞 괄호를 열어두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자연과 일치되는 순리를 닮아있다는 묘한 느낌과 생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시인은 쓰고자 한 것 같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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