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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바다향 머금은 봄의 전령, 방풍나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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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바다향 머금은 봄의 전령, 방풍나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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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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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바다향을 머금은 방풍은 봄철 미세먼지와 춘곤증을 해결해주는 최고의 봄나물이다. 원래 바닷가 모래사장과 바위틈에서 흔히 자생하는 식물인데 바람을 막아주고, 풍병(風病)을 예방해 준다는 방풍(防風)의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방풍나물은 중국 북동부, 화베이, 내몽골이 원산지이며 약용식물로 재배한다. 우리나라는 전남 여수․고흥, 경북 울진․영덕, 충남 태안, 강원 강릉, 제주 등 해안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시원한 여름, 풍부한 겨울 일조량 등 방풍이 자생하기 좋은 환경 덕에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소비자에게 방풍나물은 낯선 봄나물이었는데 점차 효능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농민들에게 큰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풍나물의 어린순과 줄기는 식감이 좋고 향긋한 맛을 지녀 주로 나물로 먹고, 뿌리는 약재로 사용한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피를 맑게 하고, 풍병을 예방하는 자양강장제로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있을 정도로 과거부터 몸에 좋기로 유명했다. 방풍나물은 특히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다. 겨울만 되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고 호흡기가 약해서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이라면 방풍을 달여서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망막세포를 파괴하는 유해산소를 억제하여 눈의 노화를 예방한다. 시력 개선 및 보호에도 효과를 낸다.

뿌리에는 쿠마린, 퓨세다놀, 움벨리페론 등의 정유 성분이 있어 항균작용을 하며, 염증억제 효과가 있다. 황사 등 미세먼지와 중금속 배출을 돕고 해독작용을 하며 체액이나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며 근육통에도 효과적이다. 신경성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기도 하며 불면증과 피부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우리 몸의 염증 매개체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염증 관련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배변 활동을 돕는다. 오랫동안 묵힌 변을 제거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방풍나물을 구입할 때는 잎이 신선하고, 줄기가 길지 않은 것이 좋다. 잎의 색은 연한녹색을 띠는 것이 좋다. 특유의 한약과 같은 향과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른다. 방풍나물은 일 년 내내 나오지만 이른 봄(3~4월) 어린 새순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있다. 너무 자란 것은 억세기 때문에 맛이 없다.

방풍나물을 요리할 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굵은 줄기는 먹기에 질기므로 떼어낸다.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요리한다. 방풍나물을 오래보관하기 위해서는 말려서 묵은 나물로 만든다. 가장 맛있는 방풍나물 요리는 방풍나물 무침과 장아찌다. 방풍나물 무침은 방풍 잎을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꺼낸 다음 된장, 설탕, 식초, 고춧가루, 국간장, 다진 마늘, 들기름 등을 넣고 무치면 된다. 장아찌는 방풍잎을 데쳐서 식초와 간장을 배합하고 팔팔 끊인 양념물에 절여 만든다.

또 방풍잎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 기운이 3일간 줄어들지 않고 피곤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원도 지방의 사찰음식이기도 하다. 생선회나 고기를 먹을 때 쌈채소로 이용해도 좋다. 방풍의 향과 맛으로 생선회의 비린내를 잡아주며 고기의 느끼함을 줄여준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생선, 조개 등 해산물과 먹으면 궁합이 좋고 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방풍비빔밥, 수제비, 된장국, 겉절이, 부침개, 튀김, 막걸리, 빵, 차 등 다양한 식품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기운이 가장 먼저 닿은 해변 모래밭에 제철을 맞은 방풍잎이 돋아난다. 제법 도톰한 줄기를 베어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함께 달곰한 즙이 입안에 꽉 찼다. 보기엔 거칠어 보이는 뭉뚝한 손 모양의 잎도 씹을수록 연하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과 향이 절로 느껴진다. 아흔아홉 가지의 나물을 알면 3년의 가뭄도 살아난다는 속담이 있다. 새봄을 맞아 밥상에 싱싱한 방풍나물 한 접시 올려 텁텁했던 입맛도 깨워주고, 겨우내 많이 떨어진 체력과 장기간 이어지는 코로나19의 무기력함도 날려 보내련다. 식탁에 산뜻한 봄을 올려놓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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