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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0] 쓰레기 대란, 코앞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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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60] 쓰레기 대란, 코앞인데...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2.08.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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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윤효 시인(1956년생, 본명은 ‘창식’)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8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짧은 시 쓰기' 운동가이며 실천가로 불림

<함께 읽기> 전국 대부분의 각 지자체 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쓰레기는 마구 버리면서도 이를 처리하는 시설 건립은 결사 반대다. 지역이기주의가 만연  쓰레기 대란은 코앞이다.

시인은 목동에 있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쓰레기를 태워 전기를 만들 때 하늘로 치솟는 하얀 연기를 보고 시 감(詩感)을 잡았다. 목동 열병합발전소 건립 당시만 해도 지역이기주의가 난제로 떠오르지 않았는가 보다. 시의 글감은 ‘쓰레기’인데, 거기에 ‘성(聖)’이 붙었다. 아시다시피 ‘성인(聖人)’, ‘성현(聖賢)’ 할 때 쓰는 ‘聖’은 자신을 희생하여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여 살아온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쓰레기는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하늘로 올라가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그 삶은 더없이 성스럽기에 단순히 연기로 사라지지 않고 ‘하얀 영혼’과 ‘별’로 형상화된다.

‘하얀 영혼’에서 ‘하얀’은 연기의 색깔을 뛰어넘어 순수하고 욕심 없는 삶으로, 그리고 ‘별’은 빛나는 높은 존재로 성스러운 존재임을 가리키고 있다.

쓰레기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태워 없애는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러나 시인의 손을 거치자 더없이 숭고한 존재로 변신한다. 버림받아 자기 몸이 불태워져 한 줌 연기로 사라지더라도 온기로 되돌려 주는 이 헌신적 자세에 어찌 눈길을 거둘 수 있겠는가.

맺음글을 쓰려는데 갑자기 못된 인간들에게 붙인 접두사로, '인간쓰레기'란 말이 요즘 인터넷 등 뉴스에 많이 떠돌고 있다. 문득 쓰레기가 들으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전혀 인간답지 못한 짓을 했을 때 '개 같은 XX'라고 욕을 하면 개가 기분 나쁘듯이. 이 시 때문에 이제 길을 갈 때 버려진 쓰레기가 눈에 띄면 평범하게 지나칠 수 없게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잘 사용되다 함부로 버려졌을지언정 나중에 버려진 그 인간들에게 그 쓸모가 얼마나 성스러운가를 생각들게 하는 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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