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함께 읽는 詩 59] 벼랑의 꽃 '제주 4ㆍ3사건'
상태바
[함께 읽는 詩 59] 벼랑의 꽃 '제주 4ㆍ3사건'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2.08.03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이산하(1960년생, 본명 '이상백')시인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등단, 1987년 제주 4·3사건 다룬 장시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구속된 뒤 절필, 이후 1998년 ‘문학동네’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복귀

<함께 읽기> 이 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왜 제목을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고 하지 않고 ‘생은 아물지 않는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러다 문득 '상처' 그 자체가 '생'의 모든 것인 사람들에겐, 죽을 때까지 그 상처를 뿌리칠 수 없는 사람들에겐 ‘생은 아물지 않는다’가 더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읽는 이가 느끼는 대로 읽어가면 된다. 함에도 이 시를 두고 "나는 제주도의 아픔을 표현하려 했다."는 시인의 말을 인용해 그에 따른 해설을 하려 한다. 필자는 제주도를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옛적 제주도는 한반도 멀리 남쪽 끝에 자리했기에 국방 면에서 나라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해 왜구의 노략질 대상이었으며, 한때는 유배지로 죄지은 자만이 찾아가는 곳이다 보니 거기 사는 사람들은 말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러면서도 조정에 진상품은 가장 많이 올려야 하는, 민초들에겐 의무만 있고 권리를 찾지 못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비극은 '제주 4ㆍ3사건'이라 이름 붙은 이 일로 제주도민 1만4,000명이 희생되고, 한때 제주도는 '빨갱이섬' 도민은 '빨갱이'로 낙인 찍히고 살았다. "평지의 꽃 / 느긋하게 피고 / 벼랑의 꽃 / 쫓기듯 / 늘 / 먼저 핀다" 평지에 자라는 꽃은  느긋하게 피어도 되지만 벼랑의 꽃은 일찍 피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늦게 피었다간 씨를 영글게 하지 못해 뿌리를 내릴 수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평지꽃(육지 사람들)은 위험을 덜 느끼며 살지만, 벼랑꽃(섬 사람들)은 늘 많은 위험 속에 노출돼 있다. "베인 자리 /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그러니 제주 사람들은 늘 그렇게 먼저 피었다가 먼저 베이곤 했다. 그러다 상처가 다시 아물라 치면 또 베이고... 또 아물면 이번엔 스스로를 벤다. 벼랑의 꽃처럼 늘 먼저 피었다가, 늘 먼저 베이는... 원하지 않는 벼랑의 삶에서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느꼈기 때문이라 생각든다. 적당히 사는 생활을 거부하고 처절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살 수 있었음을 그들은 일찍 터득했기 때문일 게다. 제주 4ㆍ3사건이 주는 교훈과 시사점을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