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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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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8.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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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교육에는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의 교육을 위해 보다 좋은 교육 환경을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나 권리에는 지위 고하, 빈부 격차 등이 있을 수 없고 있어도 안 된다.

공부를 할 수 있고, 현재 공부를 하고 있다면 그대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사실, 인생에서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중·고교시절에는 의무교육이라 누구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상황은 달라진다. 누군가는 더 많은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진학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현실과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겨운 인생경험을 해야 한다.

상황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는 흔하다. 맹자의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가면서도 어린 맹자를 사람답게 반듯하게 키우려는 지극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살림이 어렵다보니 공동묘지 가까운 값싼 곳으로 이사를 하며 살았는데, 공동묘지에서 장례 치르는 것만 보고 들으며 살았던 어린 맹자는 자연스레 상여 메는 흉내나 무덤 만드는 놀이, 곡을 하는 흉내를 하며 놀았다.

이를 본 어머니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됨을 알고 시장 가까이로 이사를 했다. 그러자, 어린 맹자는 손님을 부르는 놀이, 손님을 꾀어 흥정하는 소리, 돈을 주고받는 놀이, 손님을 가려가며 갈취하는 못된 장사치의 흉내를 내며 놀았다. 어머니는 이곳도 아니란 걸 깨닫고 다시 서당(書堂) 옆으로 이사를 했다. 바로 이것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즉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바르게 키우고자 세 번의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의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 교육에 대한 어머니들의 열성은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인 맹자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전설적인 맹모삼천지교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맹자가 어릴 때 공동묘지가 있는 곳에 살았는데 매일 상여를 메거나 곡하는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시장으로 이사를 갔더니 물건 사고파는 놀이만 하기에 서당 옆으로 옮겼더니 글을 읽고 예절에 맞게 놀아 큰 인물이 됐다는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이나 이사를 하며 교육에 열을 올렸던 것은 사는 곳의 환경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도 달라지면서 삶의 행동이나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맹자 어머니의 세상을 꿰뚫는 생각은 2300여년이나 지난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많은 어머니들에게 전수돼 유명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거나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엄청난 교육열을 보이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로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서당 즉, 학교 곁으로 이사를 갔다하여 모든 이들이 공부에 취미를 갖고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하진 않는다. 현대에 이르러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인 좋은 학군, 좋은 교육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한다.

아마도 맹자의 어머니 생각을 들어 환경의 중요성을 아는 부모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맹모삼천지교의 이야기에서 어머니의 관점을 간과(看過)하고 교육환경만 눈여겨보다 보면, 단순히 좋은 환경만 제공하면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고 공부를 열심히 할 것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그렇진 않다.’ 

좋은 학군에서 공부하고 쾌적한 공부환경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반듯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맹자가 훌륭한 성인(成人)으로 성장하여 지혜와 덕이 뛰어난 성인(聖人)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서당에서 보고 들은 것보다 더 소중한 바탕인 어머니의 사람됨과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

홀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불의(不義)에 굴복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올바른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린 맹자는 마음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묵묵히 가난을 헤치며 살아가면서도 어린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았을 어린 맹자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이 나아갈 인생방향을 정했을 것이다. 맹자의 교육 배경에서 1차적인 환경은 바로 어머니였을 것이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물리적 환경인 서당 즉, 학교나 학군,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교육시설은 2차적인 맹자의 성공요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주목할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미국의 25~44세 페이스북 계정 7220만 개와 이들의 친구 관계 210억 건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저소득층 어린이라도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인 동네에서 자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인이 됐을 때 약 20%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계층 사다리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계층이동을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맹자어머니처럼 세 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열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못 살아도 잘 사는 집 아이들과 관계를 잘 하면 계층이동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 골자다. 계층 세습이 고착화되고, 기회의 공정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다. 물려줄 것도 없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잘 사는 집 친구나 사귀어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맹모삼천지교가 무성한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보니 대학이,외국 유학이,영어가 그렇게 중요할 수 없더라는 것이다. ‘내 뼈가 으스러져도’ 식의 교육열이 경제대국 한국의 근간이었음도 부인할 순 없다. 요즘같아선 영어를 못하면 사람 대우를 못받겠다 싶다는 데도 대꾸할 말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엄연히 국어가 있는 나라에서 영어를 못하면 일종의 한계인간처럼 여겨진다는 건 끔찍하다.

기를 쓰고 외국인학교에 보내는 속내가 공부만은 아니라는 풍문은 더 무섭다. 형편상 21세기 한국판 맹모(孟母)가 될 수 없는 이땅 대다수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타깝고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같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지만, 그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려면 한 나라가 나서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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