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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계란 세례’ 영국 왕, 욕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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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계란 세례’ 영국 왕, 욕봤소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11.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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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찰스 3세 영국 왕 부부가 20대 ‘테러범’의 계란 세례에 옷을 버릴 뻔 했다. 영국 BBC 뉴스에 현장이 공개돼 세계의 시청자들과 함께 눈요기를 했다. 23세 요크대(大) 학생이라고 했다. 

체포되는 순간, 청년은 TV카메라에 익살을 부렸다. 혀를 내밀어 ‘메롱’하는 사진이 영국 신문에 나기도 했다. 왕 부부는 계란을 맞지 않았고 혼란도 없었다. 그의 ‘의도’도 재앙(災殃)을 부르고자 함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대학생이 국왕(國王)에게 왜 그랬을까, ‘셀럽’(인기인)으로 오래 왕좌(王座)에 있었던 여왕의 서거도 최근 일 아닌가. 튈려고, 관종인가? 곧 그가 뜻밖의 주장을 폈다는 보도 내용에 주목했다. 관종은 ‘관심종자’라는 요즘 세태가 반영된 말이다.  

“이 나라(영국)는 노예의 피로 세워졌다.”고 외치며 계란을 던졌다고 했다. ‘메롱’의 여유까지 고려한다면, ‘왕’ 면전에서의 그의 행위는 역사적 이데올로기(이념)의 표현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지.

요즘 서구 유수의 미술관 등에서 ‘세계적 명화’ 클래스의 유명한 그림에 뭘 뿌리거나, 접착제 잔뜩 바른 손을 붙이는, 기후재앙 반대 ‘문화테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계란테러범이 단순히 관심을 모으려는 장난을 친 게 아니라면, 그의 고함에 등장하는 ‘노예의 피’는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미지다. 외견상 그는 ‘평범한 백인’ 같았다. 접착제 테러범들도 대개 유럽인(흑인 아랍인 아시아인이 아닌)인 듯 했다. 

자성(自省)인가. ‘유럽아, 정신 차려라!’ 하는 캠페인일까? ‘질서 있게 제안하라.’고 딴청 부리는 기성(旣成) 세대의 시스템에 지치고 분노한 젊은이들의 개혁을 향한 ‘잠재적 폭력’인가. 아직 형체는 희미하지만, ‘저항하라.’라는 (글로벌한) 외침이 고개 드는 기운을 느낀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신대륙 발견과 제국주의적 식민지 약탈은, 그들에게는 해적질이 아니고 애국행위였다. 피해자의 시각으로 저 분탕질을 달리 바라보는 시각은 세계의 보편적인 역사나 철학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렇다.   

종교를 앞세운 천인공노(天人共怒)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서구(西歐)의 범죄는 인간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는 야만(野蠻)을 주요한 동력으로 삼아 산업혁명을 일궜다. 문화 또는 문명의 민낯이다. 어쩌다 ‘반성’은 있었으나 이마저도 자신들의 ‘자비’를 강조하려는 속셈이 읽혀졌다. 

노예였던 아프리카나 아시아(사람)의 생각은 아직 당연히 무시된다. 일찍이 ‘유럽인으로의 개조’를 선언한 서구문명의 애완견 일본과 패권주의 새 깃발 흔드는 중국은 열외(列外)겠다. 한국은 BTS와 오징어게임 덕에 덜 멸시받는 상황일까? 영국이 되다시피 한 인도도 좀 다르다.

이들의 범죄적이고 근거 없는 우월감이 바탕에 깔린 서구의 학문과 철학이 아직 전 세계의 주류(主流)다. 황당하다. 진지하게 공부하는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사실을 안다. 또 그 우월감의 비뚤어진 관성이 기후재앙 같는 망조(亡兆)를 부른다고 믿는다. 

젊은이들이 ‘뒤집자!’고 일어나고 있는 뜻이리라. 아직 해프닝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메롱테러’의 저 힘이 촛불혁명처럼 창대한 세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인간세상이 ‘기득권’들에게 이렇게 쉬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니. 이제 젊음이 제 몫을 찾아 일어서는 것이다.

그가 결국 옳다, 영국은, 나아가 구미(歐美·유럽과 미국)는 결국 노예의 피로 세워졌다. 찰스 3세가 욕보는 것은 원죄인가. 사고 친 그 청년의 익살을, 그의 ‘분투’를 주목하는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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