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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향토학 방법론(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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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향토학 방법론(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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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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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연구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글을 쓰는 작업은 그 연구만큼이나 중요하다. 기획과 연구 단계에서 가졌던 엄정한 마음의 자세와 방법론을 흩트리지 말아야 한다.

글은 사실 즉 연구 결과를 적는 것이다. 멋지게 보이려고 분칠하면 안 된다. 흠집 가리고자 벌이는 분식(粉飾)은 회계장부에서도 나쁘지만, 글에서도 치명적인 독소(毒素)다. 내용이 부실하면 분식의 유혹이 꿈틀거린다. 다시 취재(取材)해 충실을 기하자.    

마음먹은 뜻을 잘 펼치는 것이 ‘좋은 글’의 비법이다. 덜 다듬어진듯한 다소 서툴고 야생적인 글이 자주 신선한 감흥을 준다. 헤밍웨이던가, ‘잔가지 치고 줄기만 남기라.’는 충고도 있다.  

분칠로 떡이 된 글로는 공감 얻기 어렵다. 마음이 읽히지 않아서다. 필자 자신의 만족도를 ‘글의 품질’이라고 착각하지 말 것. 

마음(생각)을 그대로 보이자. 형용사(形容詞)와 같은 꾸미는 말 관형어(冠形語)를 아끼는 것이 좋은 표현법의 요령이겠다.  

실제 작업(작문)에서 생각(念)의 첫머리(頭) 즉 염두에 늘 두어야 할 요강(要綱)들을 적어본다. 상식이겠으나, 상식이 너무 무너진 것이 현실이다. 꼼꼼히 이를 적시(摘示)하는 이유다.

▲도둑질 글쓰기의 경계(警戒)
가장 나쁜 것은 따붙이기(베끼기)다. 어떤 여사님들도 그런 식으로 ‘만들고’(글 쓰는 것이 아님) 박사 학위도 따고 하는 것을 부러워 말자. ‘장래 내 지성의 가능성’까지 스스로 지워버리는 짓이다. 표절(剽竊)이라는 이름의 절도(竊盜), 도둑질인 것이다.

▲정교한 어휘(語彙) 확보
yuji(유지)와 같은 정체불명 알파벳 어휘의 남발과 같은 생각 없는 말을 피해야 한다. 또 우리의 생활에서 한자(漢字)가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면서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와 같은, 오해를 부를 소지(素地) 다분한 낱말이 바른 소통을 방해하는 사례를 늘 본다. 생각을 살리자. 

▲사전을 큰 선생님으로 섬길 것
좋은 단어 또는 더 많은(큰) 어휘를 ‘내 것’으로 지니고자 노력한다. 지식인의 생활 자세여야 한다. 밀(언어)는 인간 슬기의 첫 계단이다. 모르는 (새) 단어를 만나면 즉시 해결하자. 스마트폰의 사전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전 확인의 습관, 내 지성(知性)을 증진하는 기초다.

▲팩트는 확인해야 ‘내 것’
사실(事實)이나 사실(史實) 사초(史草) 등 글쓰기나 생각의 재료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확인 또는 검증(檢證)해야 한다. 이 해석의 절차는 지식의 갈래가 여럿인 현대사회에서 더 중요하다. 내 생각이 바른지, 내가 주장하는 논리가 타당한 것인지 점검하는 작업과 병행해야 한다. 

▲바른 작문은 德과 지성의 수단
글 쓰면서 知性이 자란다. ‘나’와 지성의 차원에서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지식인의 전제조건이다. 나를 쿨하게 바라보면서 때로 과감하게 잘못을 고치고 궤도 수정도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지성의 곳간이 작으면 생각도 작다. 남의 주장도 못 듣는다. 덕(德)을 쌓자.

문필(文筆)과 언론 등 소위 정신노동으로 세상에 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공부나 사색을 바탕삼지 않고, 스마트폰의 정보창고에서 곶감 빼내듯 빌려온 조각 지식 짜 맞춰 ‘나’의 이미지를 만든다. 자기가 쓴 것이라고 이걸 팔기도 한다. 이런 황당한 ‘인기작가’도 여럿이다. 허나 우리는 스마트폰의 (그런) 노예일 수 없다. 글 배웠다는 사람들의 저런 행태에 늘 실망한다. 속지 말자. 매의 눈으로 째려보자. (下편에 계속)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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