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이고 싶다

서울 갔다 오겠다는 
한마디만 믿고 평생을 기다리는 
소년이고 싶다

철이 들어서
출세한 아저씨가 아닌

그저 소녀를 기다리는 
철이 없는 소년이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부자가 된 사장님이 아닌

하얀 브라우스를 입은 
소녀를 좋아하는 소년이고 싶다

훌쩍 커진 탐욕의 눈으로
여인을 훔쳐보는 남성이 아닌

순백의 청순한 소녀를 보고
콩닥콩닥 가슴뛰던 소년이고 싶다

소년이고 싶다
돌아온다고
말한 적은 없어도

사랑한다고
기약을 남긴 적 없어도

그저 스쳐 지나갈 
이별일지라도

한번 맘 준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이고 싶다

50여 년 전의 교과서에는 서울간 소녀가
결핵으로 죽었다고 쓰여져 있었지만

그래도 하얀 브라우스를 입고
순백의 청순한 미소를 짓던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이고 싶다

소년은 기다린다
돌아올 기약없는
소녀가 돌아오기를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이고 싶다

나는 소년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소년 한영민

전국매일신문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