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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포털사이트 반인륜적 '패륜카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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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포털사이트 반인륜적 '패륜카페' 등장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5.0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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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 분노 표출…실제 패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사소한 일로 부모 학대 '패륜범죄' 등 비극적 사건 잇따라
개인・가족상담 등 '심리적 골든타임' 사수해 범죄 예방해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8일 '포털사이트 반인륜적 '패륜카페' 등장

지난 2013년 5월 8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패륜' '심리적 골든타임'이다.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위키피디아 홈페이지 캡처]

포털사이트 반인륜적 '패륜카페' 등장
‘공부하고 있는데 ×발, ×나 들어와서 문잠갔더니 문따고 들어오네. 부모 개××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았지만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이른바 ‘패륜카페’에는 이날도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난무했다.

그동안 패륜카페의 반인륜적인 내용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포털사이트 운영사 등은 도박이나 음란물처럼 불법이 아닌 탓에 제재가 곤란하다는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여 왔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패륜카페로는 지난 2009년 N 포털사이트에 개설돼 현재 회원수가 560명에 달하는 M 카페가 꼽힌다.

이곳에 게시된 1000여 개의 글은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로 웃어른을 비하한다는 의미)이 대부분으로 ‘엄마가 부끄럽다’거나 ‘부모가 죽어버리거나 잔소리 못하게 언어장애라도 됐으면 좋겠다’ ‘공부하고 있는데 짜증나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용도 문제지만 표현 수위는 훨씬 과격하다. 부모를 ‘×새끼들’이라고 칭하거나 ‘×발’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다반사다. 해당 글에는 ‘×× 같은 것들 때문에 우리만 고생’ ‘공감100%’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패륜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마땅한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들은 패륜카페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섣불리 카페 폐쇄 조치를 내릴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모니터 요원이 수위가 높은 게시글을 일일이 찾아 지우거나 검색 제한 조치를 걸어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의 패륜카페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족간 대화 단절을 그 원인으로 꼽았고, 온라인상에서의 분노 표출이 실제 패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택수(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8일 “맞벌이 부부 증가 및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대화 단절이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모와의 갈등을 직접적인 소통으로 풀기보다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면서 괴리감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가 평소 부모와 대화를 많이 했다면 패륜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가족으로부터 격리돼 있다는 느낌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고민을 상담하는 대상은 친구 및 동료가 46.6%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스스로 해결한다는 대답이 22.0%로 그 뒤를 이었다. 상담자가 부모라고 대답한 청소년은 21.7%를 차지했으며 그 중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18.5%, 3.2%를 기록했다.

●끊이지 않는 패륜 범죄···일가족 비극 사건 잇따라
10년 전 '패륜카페'의 부모 향한 욕설을 넘어 2023년 현재 나이 든 친모에게 손찌검을 한다던가, 치매에 걸린 친부 시신을 냉장고 유기하는 등 '패륜범죄'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 고령 친모 머리채잡고, 밥상 던진 패륜아들···'단지 행동 거슬려'
나이 든 친모의 행동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물건을 던진 것도 모자라 머리채를 잡고 가구로 때린 40대 아들이 결국 감옥신세를 면치 못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는 특수존속상해와 특수존속폭행, 노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3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고 2023년 4월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새벽 친모 B(70)씨에게 손거울과 리모컨을 집어 던진 뒤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고는 식탁 의자로 머리 부위를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잠자려고 하는데 B씨가 다가와 코를 풀어둔 휴지를 치우는 모습이 거슬린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

이 사건 이전인 2021년 B씨의 팔 부위를 잡아 비틀거나 휴대전화나 리모컨으로 때리는 등 세 차례 폭행했으며 2017년 밥상과 선풍기를 집어던져 상처를 입힌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A씨는 단지 피해자의 행동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B씨가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원심판결 선고 이후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형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검찰과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 치매 앓는 친부 밥 굶기고, 학대 살해···냉장고에 시신 유기한 아들
검찰이 아버지를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냉장고에 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에게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대전고법 형사1부(송석봉 부장판사) 심리로 2023년 4월 5일에 열린 A(26)씨의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1심 때와 동일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보호가 필요한 부친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했다는 점에서 죄질과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패륜적 범죄임을 고려하면 원심 형이 너무 가볍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살해 고의를 부인했던 1심 때와 달리 항소심에서는 혐의를 인정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성장 배경이나 범행 경위 등을 살펴보면 다소 참작할 이유가 있고, 피해자 유족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4개월여 동안 당뇨와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60)의 뺨과 가슴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하고, 동반자살을 하려다 실패한 3월 이후로는 약이나 음식을 먹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뜨거운 물을 아버지 하반신에 부어 화상을 입힌 뒤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아버지가 영양불량 상태에서 당뇨 합병증과 화상 등으로 숨지자 부패할 것을 우려해 시신을 냉장실 안에 넣어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건물 관리인에 의해 한 달 만에 발견됐다.

부검 결과 갈비뼈가 부러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속적인 폭행 등 외부 충격에 따른 골절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초 경찰은 A씨를 존속학대치사 등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아 기아 상태에 이르게 하고 학대해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2023년 4월 28일 A씨의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과 동일하게 징역 9년이 구형됐다. 또한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으나 A씨는 항소심이 시작되자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교량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교량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개인·가족 상담 등 적극 활용···'심리적 골든타임' 사수해야
최근들어 극단적 선택, 패륜범죄 등의 사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청소년 상담센터·사랑의 전화 등 '가족 문제'·'자살·자해' 관련 상담 전화가 늘고 있다.   

・ 2022년 한국인 고민 상담 1위는 '가족 문제'
2022년 사랑의전화를 이용한 한국인의 고민 상담 1위는 '가족 문제'로 집계됐다.

2023년 4월 18일 사회복지상담시설 사랑의전화복지재단이 발간한 '2022 사랑의전화 상담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가장 많이 이뤄진 전화 상담 분야는 가족 문제로 전체의 26.1%(694건)에 달했다.

이어서 인생 문제 17.8%(468건), 정신건강 문제 16.3%(434건), 사회 문제 12.1%(322건) 등 순으로 상담 비중이 높았다.

가족 문제로 전화상담을 이용한 주 연령층은 40대(70건)와 50대(142건), 60대 이상(156건) 등이었다. 14~19세 이하인 중고등학생들은 주로 성 문제(55건, 12.3%)로 전화상담을 이용했다. 20대는 정신건강 문제(131건, 29.4%)로 가장 많이 상담했고, 30대는 사회 문제(144건, 32.7%)로 상담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사랑의전화는 "지난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력, 우울감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20대는 사회적응 및 취업난에서 보이는 과도기적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0대는 인생 문제와 사회생활 적응 및 부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40대와 50대는 노부모 부양 문제로 인한 형제갈등, 자녀와의 갈등이 주를 이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60대 이상은 부부나 성인 자녀와의 갈등으로 인한 가족 문제와 부부 갈등으로 인한 부부 문제 고민이 주를 이뤘다"고 해석했다.

사랑의전화는 1981년에 개설된 사회복지 상담전문기관으로, 희망다이얼 1566-2525 무료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부정적 생각 늘어난 10대 
최근 서울 강남에서 10대가 세 명이나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지역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제공한 자살 관련 상담이 최근 5년간 7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 실적을 보면 지난해 전국 240곳 지역 센터의 자살·자해 상담 및 지원서비스 제공 건수는 12만579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7만1214건)보다 76.6%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청소년의 고립감이 심화한 2021년(11만1649건)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만4368건)보다 상담 실적이 32.3% 증가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회복 국면으로 돌아선 2022년에도 상담 실적은 12.6% 늘었다.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3년간 반복된 거리두기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누적돼 바로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3년 차인 2022년에 더욱 많이 증가했다”며 “이런 영향으로 전체 청소년 수는 줄고 있지만 위기청소년들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살·자해를 비롯해 교우관계, 학업, 가정문제 등을 포함한 전체 청소년 상담통계는 2018년 298만1459건, 2019년 327만9408건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271만3713건으로 감소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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