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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컵밥·커피' 한 끼에 3500원으로 해결···불황이 바꾼 생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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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컵밥·커피' 한 끼에 3500원으로 해결···불황이 바꾼 생활상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5.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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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컵밥・1000원 패스트푸드로 점심 떼우던 시절
10년만에 한끼 1만 원 훌쩍넘는 물가에 '점심값 부담' 여전
'런치플레이션' 신조어까지 등장...편의점 '식당화'로 진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11일 '컵밥·커피' 한 끼에 3500원으로 해결···불황이 바꾼 생활상

지난 2013년 5월 11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불황' '런치플레이션'다.

2013년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2013년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 직장인들은 점심 2500원 컵밥 한 끼 해결, 주부들은 밤되면 대형마트 떨이사냥
10일 점심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노점상. 근처 학원생뿐 아니라 중간중간 넥타이 부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 서서 먹는 컵밥이지만 장기불황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직장인 A씨는 “경기 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지고 각종 수당이 줄면서 5000원이 넘는 점심과 커피가 부담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래서 요즘은 2500원짜리 컵밥과 패스트푸드점의 1000원짜리 커피를 즐긴다”고 말했다.

보통 직장인들은 점심에 밥값 6000원, 커피값 4000원 등 1만 원을 쓴다. 하지만 컵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면 커피까지 3500원이면 된다. 하루에 6500원씩, 한 달이면 13만원(20일 근무 기준)을 아낄 수 있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노량진에서 3300원짜리 간이 뷔페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직장인이 늘기 시작해 이제는 손님의 절반이 직장인”이라면서 “음식도 고시생 위주에서 30~40대 직장인 위주로 메뉴를 늘렸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과 3000원짜리 식당도 인기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 3000원짜리 설렁탕집 유진식당에서 만난 C씨는 “일반 식당의 설렁탕 값은 8000원이 넘지만 여기는 5000원 이상 저렴해 밥값도 줄이고, 청계천 산책도 할 겸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는다”고 말했다.

주부 D씨는 매일 오후 9시쯤 대형마트에 간다. 다음 날 팔 수 없는 수산물과 신선식품 등을 30% 할인판매하기 때문이다.

D씨는 “점원이 할인 스티커를 붙이기 무섭게 주부들이 달려든다”면서 “고를 것도 없이 무조건 필요한 것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오후 9시쯤 대형마트의 수산물과 즉석식품 코너 주변에는 할인행사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주부들이 많다.

흥청망청 소비의 주범으로 알려진 대학생들의 생활도 바꿨다. 자취생들이 코딱지만 한 월세방도 둘이서 나눠쓰는 것도 불황이 나은 풍속도라 할 수 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란 인터넷 카페에는 자취방 룸메이트를 찾는 글이 하루에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서로 독립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간에 파티션을 설치해 사생활을 지키기도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득이 감소하면 싼 물건을 찾는 것은 사회학적이나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소비의 가치가 품질보다는 가격이 좌우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 [연합뉴스]
편의점 도시락 [연합뉴스]

 물가 상승에 '런치플레이션' 신조어 탄생···직장인 점심 책임지는 '편의점 식당'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및 침체에 물가가 오르며, 직장인들이 점심값에 부담감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5월 13일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 1004명 중 56%가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는 직장인의 점심값 부담감 정도와 생각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3일까지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1004명의 점심 해결 방법은 음식점 이용(45.9%), 공동구내식당 이용(24.6%), 도시락(11.5%), 배달 음식(8.2%), 편의점 음식(4.9%) 순으로 나타났다.

점심값에 부담감에 대해서는 56%의 응답자들이 '매우 부담'이라고 답했다 이어 약간 부담(39.5%), 보통(4.3%)이라고 답했다.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 비용 부담은 우리나라뿐 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점심값 인상이 이어지자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2023년 현재도 편의점에서 도시락, 김밥, 라면 등으로 저렴하게 매장 내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편의점 식당'으로 확장되고 있다.

5월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의 한 CU 점포도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좌식 시식대 등 휴게 공간을 30% 늘렸다. 6개월 전만 해도 인근 대형 슈퍼마켓 오픈으로 매출 하락을 고민했으나 시식대를 늘린 이후 매출이 50% 껑충 뛰었다.

현재 편의점의 식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추세다. 물가 부담에 더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등 식사류 품질이 좋아진 점도 편의점의 변모를 이끄는 모습이다. CU에 따르면 전체 1만7000여 점 중 약 60%인 1만여 점에 좌식 시식대를 설치했다. CU 관계자는 “좌식 테이블 설치 전후 점포의 매출이 평균 15∼20% 증가했다”고 말했다.

GS25도 좌식 시식대를 설치한 곳이 80% 이상이다. 올해 1분기 GS25의 도시락 매출도 1년 전보다 40.9% 증가했다. 4월 들어선 GS25의 ‘김혜자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70%를 넘어섰다. 오피스 인근 매장의 도시락 매출은 92.5% 급증했다. 관광지 매장과 학원가 매장의 매출도 각각 87%, 79.9%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가계의 주요 식품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며 구조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엔 편의점이 담배와 음료를 팔던 상점이었다면, 지금은 식사 및 간식을 해결하기 위한 상점으로 변모한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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