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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밀양 송전탑 갈등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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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밀양 송전탑 갈등은 '현재진행형'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5.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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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밀양 송전탑 건설로 한전-주민간 갈등 격화
주민 2명, 분신・음독으로 사망...전국적 탈송전탑 운동 확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흔 여전...주민간 송사로 비화

국토부, GTX-C 노선변경...도봉구 "수용"・은마아파트 "불가"
'지역소멸 위기' 영양·봉화군, 대표 기피시설 '양수발전소' 유치전
지역별 님비・핌피 현상은 기피시설 불구 이해관계 따라 '온도차' 극명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19일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지난 2013년 5월 19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밀양 송전탑' '님비현상'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농성 [연합뉴스]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농성 [연합뉴스]

●밀양 송전탑 두고 주민들은 "결사반대"···한전은 '공사재개' 호소문
8개월간에 걸쳐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측이 대화를 진행해온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공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한전과 조용한 삶을 원한다는 밀양 주민간의 첨예한 대립은 계속됐다. 

2013년 5월 19일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 현장은 한국전력공사측이 20일부터 송전탑 건설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전측은 겨울철 전력수급을 위해 더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면서 밤을 세워서라도 올 연말까지 나머지 52기 송전탑 공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전력 대란을 마치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 탓인 양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주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위는 앞으로 한전의 공사 재개 움직임에 맞서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전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경남 밀양지역 76만5000볼트 송전탑 공사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전은 호소문에서 영남지역 전력 수급난을 해결하고 동계 전력수급 안정 등 시급성을 고려해 더는 공사를 미룰 수 없어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추진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송전선로 주변의 현실적인 보상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 예고된 한전의 고압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공사장 입구를 막고 농성 중이던 3개면 20여개 마을 주민들과 하루 종일 몸싸움이 벌어졌다. 70~80대 주민 3명이 실신하거나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지난달 한전과 마을 주민들 간의 대화가 아무런 결론 없이 끊긴 뒤 벌어진 일이다.

한전은 밀양시 송전탑 공사장에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다. 2012년 9월에 공사가 중단된 지 8개월 만이었다. 한전의 요청을 받은 경찰도 7개 중대 650명이 밀양시 단장면 고례마을·바드리마을, 상동면 도곡마을·여수마을, 부북면 평밭마을 등에 투입됐다. 6개 송전탑(84·85·89·109·124·127호기) 공사가 먼저 시작되는 곳이었다. 한전은 지난해 1월 고 이치우 할아버지(74)가 분신한 산외면을 제외하고 단장·상동·부북면에서 먼저 측량이나 벌목 공사를 시도했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 온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를 비롯해 부북면, 상동면 등 2개 면 주민 100여 명은 마을 길목 등에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계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나무 사이에 밧줄을 매달아 공사장비 진입을 막았다. 곳곳에 부상자도 발생했다. 부북면에서는 이 모씨(83ㆍ여)가 알몸 시위를 하며 진입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가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상동면 현장에서는 또 다른 이 모씨(80·여)와 서 모씨(83)가 다쳐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경찰은 충돌에 대비해 500여 명의 병력을 현장에 투입했다.

앞서 주민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공사를 중지하고 설득에 들어갔다. 밀양에 특별대책본부를 꾸리고, 최근에는 밀양 주민들이 제시했던 송전선로 주변 지역의 설비 존속기간 매년 24억 원 지원, 선로주변 토지가치 하락 보상을 34m에서 94m로 확대하는 지원사업 입법화, 지역 특수보상사업비 125억 원에서 40억 원 증액 등을 포함한 13가지 보상안을 내놓기도 했다.

전력 사정이 급박해지자 지난달에는 조환익 한전 사장이 나서 밀양 30여 개 마을을 돌며 보상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결과는 허사였다. 밀양지역 반대대책위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맞섰다. 일부 주민은 쇠사슬로 마을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자 타지역을 중심으로 밀양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밀양에 흐르는 전기 역시 다른 지역에 세워진 송전탑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천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인근 송전탑을 통해 신김해변전소(345kV)로, 다시 밀양변전소(154KV)와 초동변전소(154kV)로 이어진다.

송전탑 공사는 현재 109기가 건설됐지만 밀양 지역을 지나는 52기의 건설은 주민 반발로 2012년 9월 24일 이후 중단됐다.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 고압선로의 안정성 문제, 지가 하락 등을 이유로 고압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2023년 밀양에도 상흔이 남아있다. 처음엔 한국전력과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이었지만, 나중엔 주민들간의 갈등으로 번져 주민들 간의 송사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CTX-C 노선 반대하는 은마아파트 주민들 [연합뉴스] 
CTX-C 노선 반대하는 은마아파트 주민들 [연합뉴스] 

●국토부, GTX-C 노선변경에 도봉구는 '수용', 은마아파트는 '여지 없어' 온도차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사업에 따른 지역주민과 갈등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도봉구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지하화'는 40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들여 전면 수용한 반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요구한 우회노선안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5월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GTX-C 노선 사업은 다음달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상정된다. 이후 국토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간 실시협약을 맺으며 올해 12월 사업 실시계획 승인과 착공을 진행할 예정이다.

GTX-C 사업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국가철도망이다. 의정부와 창동, 청량리, 왕십리를 거쳐 삼성, 양재, 과천, 의왕, 수원으로 이어진다. 강북권 재개발 지역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모두 관통하면서 크고 작은 지역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가장 큰 주민갈등 문제였던 도봉 구간(도봉산역~창동역) 지하화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관통을 두고 180도 다른 해결책을 내놨다. 도봉 구간 지하화 요구는 1년여 만에 전면 수용했지만, 은마아파트 우회노선은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은마아파트 주민 갈등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는 GTX-C 노선 기본계획안 공개를 요구하는 취지의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노선 변경을 위한 우회노선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국토부가 가지고 있는 수준의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도봉 구간 지하화 문제가 해결되면서 은마아파트 우회노선도 수용할 여지가 생기는 것 아니느냐는 기대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주민들이 제출했던 우회노선안은 사실상 반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만약 노선을 우회한다고 하면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2월 8일 재건축추진위가 GTX-C의 단지 지하 관통 설계에 반대하며 시공사 현대건설의 오너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자택 앞에서 묻지마 시위를 이어가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합동 행정조사를 돌입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위로 은근 주민들의 피해가 적잖은 가운데 은마아파트를 두고 '님비'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커져갔다.

4월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는 지난 2020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GTX-C노선 기본계획안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토부로부터 공개 거부 회신을 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뿐 아니라 GTX노선 기본계획안 공개를 요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느 사업이든 관계없이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일하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기본계획안이 어떻게 활용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건마다 공개, 비공개를 나눌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양산나물축제장에서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염원 범도민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영양산나물축제장에서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염원 범도민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역 소멸 위기' 영양군·봉화군, 대표 기피시설 '양수발전소' 유치만이 살 길 
경북 영양군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나섰다. 양수발전소는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지만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꼽힌다.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양 지역은 양수발전소로 인구를 늘리고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5월 10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2∼2036년)에 따라 총설비용량 1.7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으며 한수원 등이 예비후보지 확보에 나섰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퍼 올려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물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설이다. 저수지를 만들면 해당 지역 마을 주민이 이주할 수도 있고, 발전소 건설 과정에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등 피해가 있어 양수발전소는 대표적인 님비 시설로 꼽힌다.

영양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인구 1만6000명이 붕괴했다. 경북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양군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 조례를 만들고, 경북에서 최초로 인구지원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방소멸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양수발전소 유치에 지역 발전과 군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봉화군정책자문위원회는 군청 소회의실에서 제3차 국민참여 봉화군 정책자문회의를 개최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정책자문위원회는 군청 소회의실에서 제3차 국민참여 봉화군 정책자문회의를 개최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은 인구 3만 39명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했다. 군은 출산·육아지원금으로 첫째 아이 600만 원, 둘째 900만 원, 셋째 1500만 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지만 지난해 출생아는 72명에 불과하다. 하물며 사망자는 이보다 7.5배 많은 537명에 이른다. 군은 지난 2019년 탈락한 소천면 두음리 일원을 양수발전소 건설지역으로 다시 정하고 유치 재도전에 나섰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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