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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지방대・지역 살리기는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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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날] 지방대・지역 살리기는 '현재진행형'
  • 김주현기자
  • 승인 2023.05.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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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3년 지방대 육성법 추진···2015년도 대입부터 '지역인재 전형' 시행
2018년 文대통령 '블라인드' 채용 요구...공공기관, 지방대생 외면 '여전'
'지역대학 살리기=지역균형 발전'...글로컬 대학 30여곳 5년간 1천억 지원 추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24일 지방대 살리기 나선 정부 대책은

지난 2013년 5월 24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지방대' '지역균형'이다.

2012년 11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SETEC에서 열린 '2012 공공기관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11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SETEC에서 열린 '2012 공공기관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지방대 육성법 추진···2015년도 대입부터 '지역인재 전형' 시행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채용에서 일정 부분을 지방대생으로 뽑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우대제가 도입이 처음으로 거론 된 것은 2013년 5월 24일이다.

이날 충남대에서 열린 대학교육 정책포럼 자료집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제도를 통한 지방대학 육성' 발표문에서 가칭 '지방대학 육성법'에 담긴 주요 내용을 밝혔다.

지역인재 채용할당·우대제도가 언급됐다. 가령 공직 5급은 2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별도 선발하고 공공기관이 대졸자를 채용할 때 인원의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지방대생의 채용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안도 법안에 들어간다.

대학 입학에서도 지역할당제가 포함됐다. 모집단위별 지역인재 전형 선발의 근거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법전, 의전, 치의전 등 학생이 선호하는 전공 분야엔 의무적으로 할당 선발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검토한다고 발표문에 나와 있다.

신문규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발표문에서 밝힌 지방대학 육성법 내용은 지방대학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지 정부 안이 아니다"라며 지방대 육성법은 의원 입법 형태로 제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포럼에서 안규윤 전남대 기획처장은 '재정지원·확충을 통한 지역대학 육성'을, 박성익 경성대 상경대학장이 '창의인재 양성과 활용을 통한 지역대학 육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2015학년도 대입부터 지방대 모집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의 고교 졸업자로 뽑는 '지역인재 전형'이 시행된다.

2014년 1월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방대 육성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우수 인재가 인근 지방대학에 진학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방대학이 모집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의 고졸자나 지방대 졸업자로 선발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이에 지역의 고교 출신이 의대·법대 등 지방대의 인기학과에, 지방대 졸업자는 법학전문대학원·의학전문대학원·치의학전문대학원 등 지방의 인기 대학원에 각각 진학할 기회가 확대된다.

교육부는 지역의 범위나 선발 비율 등 세부사항을 규정할 시행령을 제정해 2015학년도 대입에서부터 지역인재 전형이 시행됐다.

한편 2015년 8월 27일 인천·경기지역 총장들이 지방대학육성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성을 인천대 총장, 윤신일 강남대 총장, 태범석 한경대 총장 등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 소속 총장 등 14명은 27일 “지방대 육성법에서 규정한 ‘지방대학’에 인천과 경기도 소재 대학은 포함되지 않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최성을 인천대 총장은 “인천·경기지역 대학들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서울권 대학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며 “경인지역 대학의 여건이 서울이나 지방대학보다 나은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육성법에 의해 취업에서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3월 31일,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2018년 2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청와대 제공]
2018년 2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 요구...공공기관, 지방대생 외면 여전 
정부는 2018년 2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은 중앙정부가 주도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단체가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자율개선대학을 선정, 질 높은 지방대학을 육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방고 졸업생의 지역인재 특별전형 선발 학과 및 인원을 확대하고 ‘지방대육성법’ 개정을 통한 지방대 의약학계열·전문대학원 신입생 선발 시 지역인재·저소득층 선발을 의무화한다.

혁신도시 등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의무화 정착 등 위한 지방대학-지자체-공공기관 클러스터를 신설한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은 현재 14%에서 2022년까지 30%로 늘리기로 했다.

앞서 2017년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채용 때 이력서에 학력, 출신지 등 차별적 요인들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채용하는 분야가 특별히 일정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거나, 일정 이상의 스펙을 요구하거나, 또는 일정 이상 신체조건 요구하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 신체조건이나, 말하자면 차별적 요인들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해서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시행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취업 준비생 사이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지방인재 채용 권고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0월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전 유성갑)은 "교육부가 제출한 351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실적을 분석한 결과 취업 준비생이 선망하는 대표적 공공기관이 지방대 육성법에서 권고하는 지역인재 채용률 35%를 지속해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0인 이상 신규채용 공공기관 중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16개 공공기관이 2016년 지역인재 채용 권고비율에 미달했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12개 기관은 작년에도 35% 채용을 달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16년 채용인원 94명 중 지역인재 12명을 뽑아 채용률이 12.8%에 불과했는데 2017년에는 채용인원 83명 중 지역인재를 단 3명만 선발함으로써 채용률이 3.6%로 크게 낮아졌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갑)도 같은 지적을 했다. 최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3분기까지 지역인재를 29.4% 채용해 의무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25.6%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올해 초 정부가 지역인재 채용률 산정 방식을 전면 수정하면서 채용 인원 변동은 미미하지만, 채용비율이 급증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법 개정 이후 올해 상반기 지역인재 채용률은 23.3%로 작년 채용률인 14.2%보다 1.64배 증가했지만, 속내를 보면 실상은 다르다. 올해 채용을 한 87개 공공기관 중 지역인재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곳은 모두 31곳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블라인드 채용 [이미지 투데이]
블라인드 채용 [이미지 투데이]

한편 블라인드 채용 원칙을 내세우면서 '지방대 가산점'을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서울지역 취준생들은 '원칙'이 위배되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역인재를 정원 외로 채용해 수도권 대학 졸업생에 대한 피해를 줄이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몇몇 공공기관은 지방대 출신에게 가산점을 줘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수도권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대전 출신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A씨는 "진짜 지역인재는 지방대로 간 학생이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로 올라온 나와 같은 지방 출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서울 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B씨는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지방 대학을 우대해줄 것을 알았다면 서울로 진학하지 말 걸 그랬다"며 "서울권 대학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공기업 취업의 문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면서 어떻게 지역인재인지를 구분하느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많다.이에 대해 공공기관 관계자는 "최초 지원 시 지역인재 여부만을 체크하고, 그 후에 서류를 제출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역인재 우대 정책은 균형잡힌 지역 발전과 공정한 채용에 그 목적이 있다"며 "제도가 도리어 서울권 대학 학생들에게 역차별로 작용하지 않도록 합리적 범위 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컬대학30 비전 선포식 [청주대학교 제공]
글로컬대학30 비전 선포식 [청주대학교 제공]

●"뭉쳐야 산다"···1000억 지원금 걸린 '글로컬 대학 30' 유치 사활 
글로컬대학 사업 신청 마감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통폐합 논의가 한창이다. 부산대·부산교대가 최근 통합에 합의하면서 추후 통폐합 사례가 얼마나 나올지 관심을 모은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31일까지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을 받고 다음달 15곳 안팎의 예비지정 대학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심의를 거쳐 올해 9월 말까지 1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이 지정된다.

글로컬대학은 2026년까지 '과감한 혁신'을 꾀한 지역소재대학 30여 곳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방대학들이 구상 중인 혁신방안으로 ‘대학 간 통합’이 대표적이다. 2~3개 대학이 한 대학으로 통합하면 1개교로 분류해 선정될 수 있다. 대학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통합이 성사되면 확실한 차별성을 보일 수 있어서다. 22일 현재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 대학은 10곳이 넘는다.

대구·경북권에서는 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가 글로컬 대학 지정을 위해 통합에 준하는 연합협의체 ‘경북 글로컬 대학교’(가칭) 구성에 합의하고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는 이사회 등을 통해 통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통합 국립대를 설립하는 데 교감이 이뤄졌으나 애초 이들과 함께 통합 대상으로 거론된 금오공대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빠졌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대·한밭대에 이어 배재대·목원대가 지역 사립대 최초로 연합대학 체제를 운영한다.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권에는 부산대·부산교대가 통합을 합의한 데 이어 동서대·경남정보대·부산디지털대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4년제 대학, 전문대학, 사이버대학의 통합모델은 전국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광주에서는 전남대·조선대가 AI(인공지능)·반도체·차세대 배터리·미래차·뷰티산업 등을 특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조선대는 광기술공학과 특성화로 광주의 광·융합 산업에 기여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일부 대학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산학 협력과 대학 구조 개혁 등 혁신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포스텍은 포항시와 함께 단독으로 글로컬 대학 지정 신청을 위해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WISE캠퍼스도 글로컬 대학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경주시와 협력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지자체·산업계·연구기관·주민 등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혁신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학생회 부산대 통합 반대 [연합뉴스]
부산교대 학생회 부산대 통합 반대 [연합뉴스]

‘글로컬 대학 30’ 사업 마감이 다다랐지만 통합 논의를 급박하게 진행하면서 대학가 곳곳에서 분규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글로컬 대학에 공동 신청하기로 했지만 학교 측의 일방적 강행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휴업까지 결의하고 나섰다. 앞서 부산교대는 지난달 10일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을 대상으로 벌인 찬반 투표에서 총원 2380명 중 315명만 참여해 투표율이 13%에 그쳤다. 학생들이 투표를 보이콧한 결과다. 학생 1453명 중 98%인 1420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방인성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학 간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학생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문자투표로 정하는 게 과연 맞느냐”며 “학생총회 결정대로 과별 릴레이 휴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충남대와 한밭대도 총학생회와 교수회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대학 교수회는 최근 글로컬 대학 추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대학 내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대학 줄 세우기와 다름없는 사업 취지에 반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학내 이견은 있을 수 있어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며 “설명회나 간담회를 열어 구성원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대는 지난 2월 강릉원주대와 ‘1도 1 국립대’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총학생회와 교수회가 과거 삼척대와 통합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통폐합 논의가 전면에 드러나는 데 대해 '글로컬대학=통폐합' 공식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통폐합만이 글로컬대학 사업의 중요한 관심사는 아니다"라며 "통합을 한다고 해서 글로컬대학으로 무조건 지정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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