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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민의(民意)’ 사라진 ‘민의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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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민의(民意)’ 사라진 ‘민의의 전당’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7.0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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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코이라는 물고기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란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시각장애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대한 질문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김 의원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질의를 마쳤다.

질의가 끝난 뒤 여야 의원과 국무위원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일부 의원들은 “상대를 헐뜯기 위해 날 선 말만 오가는 대정부 질문에서 오랜만에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며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여야 간 그야말로 극한의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상대 당 원내대표가 큰 울림을 줬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대정부 질문 내내 그의 목소리와 표정은 매우 온화하고 차분했지만 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약자 복지 문제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진정한 ‘민의의 대표기관’의 모습이 엿보였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사당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의사당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지 위에서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국회의사당 본관에는 큰 계단과 기단 위에 건물을 받치고 있는 24개의 대열주가 있다. 이는 경회루의 석주를 본뜬 것으로, 우리나라의 24절기, 각각의 다양한 의견들을 상징한다.

특히, 국회의사당의 지붕을 이루는 돔의 모양은 다양한 의견이 원만히 합의된다는 의회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이 같은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국회가 활동하는 건물로, 근·현대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가 총집되는 ‘민의의 전당’으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이다.

이 같은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에서 요즘 ‘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예지 의원이 보여준 진정한 ‘민의의 대표기관’으로서의 모습에 여야 구분 없이 갈채를 보내던 국회의원들의 모습도 잠시였다.

여야가 일본 오염수 관련, 서로를 향해 ‘답정너’ 국회라며 비난하고 있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으로, 주로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미리 정해놓고,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게 하는 행위다.

장외·장내 투쟁과 병행하고 있는 민주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 측 계획에 힘을 실어 주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불복 의사를 밝히고,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IAEA의 보고서를 ‘답정너 보고서’라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17시간의 철야 농성을 거쳐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부 오염수 투기 반대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고, 하루 전인 5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IAEA의 보고서 발표 뒤 이 같은 민주당의 반발은 ‘답정너 대응’이라며, ‘혼란과 선동을 조장한다’고 받아쳤다.

또, IAEA 보고서 발표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논란을 끝낼 계기로 평가하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야당을 향해 “대선 불복과 윤 대통령 타도가 목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답정너’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9일 국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IAEA는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인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방류 절차나 (다핵종제거설비의) 기능을 검토하기 위해 수년, 수십 년간 상주하면서 결과를 모니터링 하겠다고 약속하고, 지난주에 IAEA 지역 사무소를 후쿠시마에 개설했으며, 국제 전문가들이 직접 상주하면서 검토할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책위원장을 맡은 위성곤 의원은 사고 원전의 핵폐기물이 수십년에 걸쳐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IAEA 보고서는 다핵종제거설비의 선검증도 하지 않았았고, 오염수 방류가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검토하지 않았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위 의원은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면담에 앞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충분히 전달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IAEA 사무총장과의 이번 면담이 민주당의 ‘답정너 면담’일 공산이 커 보인다.

과학적 검증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지난 8일 방한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안타깝게도 반대 시위대로 인해 2시간여 동안 공항에 갇혀 있었으나 민주당의 면담 요청에 흔쾌히 수락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IAEA의 과학적·실질적인 검증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통해 우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답정너’의 덫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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