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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상처 입은 민심 보듬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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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상처 입은 민심 보듬어야 할 때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7.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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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옛 중국에 그림을 잘 그리는 고개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국에서 그의 그림을 구경하러 올 정도였다고 한다. 어느 날 고개지가 사탕수수를 먹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친구가 물었다.

“자네는 늘 사탕수수를 먹을 때 단맛이 적은 줄기부터 먹던데 이유가 있는가?” 이에 고개지가 “갈수록 더 좋은 경치를 보고 싶은 것처럼 갈수록 단맛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다네”

이 같은 고개지 이야기에서 유래한 ‘점입가경(漸入佳境)’은 어떤 일이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뛰어나거나 재미있어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점입가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 정치권은 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최근 이어진 ‘극한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지만 상처를 입은 민심을 보듬고, 협치를 통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할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黨利黨略)만 앞세운 정쟁(政爭)에만 몰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전국적인 피해 건수는 26일 기준 잠정 집계 결과 인명피해의 경우 사망 47명, 실종 3명, 부상 35명이다.

또, 시설피해는 공공시설 8416건, 사유시설 3940건 등 총 1만2356건에 이른다.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와 교량이 1315건, 소하천 942건, 산사태 845건, 하천 632건이며, 사유시설은 주택 2085채가 침수, 213채가 파손됐으며, 상가와 공장 685동도 물에 잠겼다.

농작물은 3만5036.8ha가 침수, 농경지 612.7ha가 유실·매몰, 355.8ha는 낙과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축사와 비닐하우스는 59.9ha가 파손됐고, 가축은 무려 87만2000마리가 폐사했다.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누적 인원은 1만2928세대에 1만9644명이며, 이 중 1036세대 1637명은 귀가하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수해 농가에 대한 지원금을 인상키로 하고, 특별재난지역을 추가로 선포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체적인 분야별 지원 액수 등을 이번 주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발표하는 한편, 지역 농가별 피해 규모를 조사해 8월 이후 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한다.

당정은 이와 함께 수해로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닭고기와 상추, 배추, 무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해 육계 종란 수입 및 배추와 무 비축물량 방출 등 공급을 늘리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은 협치를 통한 집중호우에 대한 대책 마련은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의 여야 모습은 집중호우로 상처를 입은 민심은 여전히 뒷전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 사업 백지화 선언의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으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두고 여야 대치 끝에 파행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논란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과 관련한 현안 질의에 나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트북에 ‘허무맹랑 정치모략 국책사업 골병든다’는 피켓을 붙였고, 민주당은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란 피켓으로 맞서며 난타전을 벌였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양평 고속도로 의혹,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구속, 4대강 감사원 감사,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 재판 등 현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미룰 수 없다며 회의를 단독으로 개의하며, 초반부터 극명한 대치(對峙)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3위로 하락하는 등 경제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0위에서 3단계 하락한 것이다.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를 의미하는 ‘명목 GDP’는 당해연도의 시장가격을 적용, 국내총생산을 계산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의 전반적인 경제 규모를 파악하거나 그 규모를 국가 간 비교할 경우 사용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하락한 것은 경기 부진에 따른 성장 활력이 떨어진 데다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한 명목 GDP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애초 우리 경제를 상저하고(上底下高 : 물가가 상반기에는 높아서 경기가 저조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물가가 잡혀서 경기가 상승할 것을 예상)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상반기 경기 부진이 심각한 데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경기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을 위한 여야 간 협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지표에서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최근의 긍정적 흐름이 우리 경제의 조속한 반등과 민생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쟁을 멈추는 일이 급선무(急先務)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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