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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뒷전으로 밀린 ‘민생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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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뒷전으로 밀린 ‘민생정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8.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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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요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정치판은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당리당략(黨利黨略)에만 몰두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 수산업은 다 망하는데 정부는 일본 방류에 대해 문제없다고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가 책무를 저버린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국회에서 ‘꼼수’로 일관하며, 억지(憶持)를 부리고 있다.

‘꼼수’는 바둑에서 ‘정수’가 아닌 수로, 원래는 안 되는 수라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상대방을 속이거나 홀리기 위해 ‘의도적(意圖的)으로 만드는 수’다.

그래서 꼼수는 정직하고 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비정상적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매우 몰염치한 수법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회기를 25일로 앞당겨 조기 종료하는 안건을 발의하고, 24일 국회 본회의서 결국 이를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제출한 ‘제409회 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수정안’을 재석 251인에 찬성 158인, 반대 91인, 기권 2인으로 가결한 것이다.

수정안은 당초 이달 31일까지였던 8월 임시국회 회기를 25일까지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한 회기 단축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하루 전날부터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비회기에 청구하라”며, 이른바 ‘회기 단축’을 예고했다. 그래서 ‘꼼수’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위정유목(爲政猶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정치를 하는 것은 머리 감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시대 법가(法家) 사상의 확립자로, '법치'를 주창한 한비의 '한비자(韓非子)’ ‘육반(六反)’편에 나오는 말이다.

‘육반’은 여섯 가지 상반되는 일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거나 일을 하는데, 궁극적으로 법도에 어긋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를 하는 것은 머리를 감는 것과 같다. 머리카락을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爲政猶沐也 雖有棄發 必爲之)”는 말이 있다.

이는 몇 가닥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 두려워 머리를 못 감는 것이 아니듯 정무(政務)를 처리하면서 큰일을 이루려면 일부분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한비는 장구(長久)한 이익을 위해서는 약간의 손실은 감내(堪耐)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인의 작은 이익에 얽매이게 되면 국가의 큰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엄정한 법의 시행이 올바른 길임을 주장하며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한비는 또, 육반 편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며, 곤란을 피하는 자는 적에게 항복하거나 도망가는 백성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생명을 아끼는 인물이라 하고, 옛 성현의 도를 배워서 자기의 주의를 확립한 자는 법령을 무시하는 인물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학문이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고도 했다. 이 또한 법도에 어긋난다는 의미일게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제출한 ‘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면서 26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전까지 엿새간 국회는 비회기에 들어갔다.

이 같은 민주당의 수정안 단독 가결은 국회 회기에 이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 때문에 당내 분란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회기 중 영장 청구는 우리 당 의원을 외나무다리에 세우는 것”이라며 “우리가 부결하면 방탄이라고 욕먹고, 가결하면 당이 어마어마한 혼란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안·공수처 신설법, 2020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법 신속처리법안, 2022년 4월 검수완박법 등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 쪼개기’를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회기 단축은 처음이다.

민주당의 이번 수정안 가결 하루 전인 23일 수원지검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로 이재명 대표 측에 오는 3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해 ‘회기 단축’이라는 꼼수를 던졌다.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은 안건 표결에 앞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여야가 모두 편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악화시킬까 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본인 한 명을 위해 당을 망가뜨리고, 국회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대표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여공세를 위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1특검’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과 방송통신위원회 KBS이사장 해임 의결 등 방송장악 의혹, 잼버리 파행 사태, 오송참사 사건 등에 대한 ‘4국조’ 추진 방침을 세웠지만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민생정치도 뒷전으로 밀렸다. ‘꼼수’에 연연(戀戀)한 결과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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