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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사냥꾼과 사냥감의 위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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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사냥꾼과 사냥감의 위험한 동거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09.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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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라! ‘사냥꾼’이 될 것인가! ‘사냥감’이 될 것인가!

지난해 8월 개봉한 국내 영화 ‘헌트(HUNT)’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안기부가 조직 내부에 간첩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당시의 안기부는 신군부의 핵심이다.

안기부는 간첩 색출 작전을 계획하고, 그 실행을 안기부 핵심 간부였던 해외 팀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 팀 김정도(정우성 분)에게 비밀 명령을 하달하며,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비밀 명인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 사항들이 유출될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에 해외 팀과 국내 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극도의 긴장 속에 조직 내 배신자 색출 작전에 박차를 가한다.

찾아내지 못하면 스파이로 지목될 위기에 처하고 실패하면 한쪽은 죽는 상황이 된다.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된다.

특전사 간부 출신인 김정도는 군에 충성을 다하는 인물이었지만 5·18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사살하라고 명했던 신군부 세력에 불만을 품게 된다. 그는 비밀리에 신군부 세력의 붕괴를 노린다.

반면, 박평호는 간첩이면서도 북한 권력층의 뜻을 비밀리에 막아서는 인물이다. 이처럼 김정도와 박평호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으나 정보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신군부의 제거라는 큰 뜻은 같았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의 적은 제거되지 않는다. 둘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고 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한 가운데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에서부터 공백이 생기며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와 이대표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이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의 명단,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본격적인 색출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문자나 전화를 돌리며 배신자 색출 작업에 가속화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로 보이는 40대 A씨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살인 예고까지 했다.

A씨는 지난 21일 오후 8시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두 차례에 걸쳐 ‘무조건 가결표 던진 의원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집에 있는 스나이퍼(저격용 소총), 라이플(소총)을 찾아봐야겠다”며 일부 민주당 소속 비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암시했다.

이에 대해 IP 주소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선 의왕경찰서는 23일 군포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긴급체포한 뒤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된 데 대해 비명계를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수진 의원은 “너무 분하고 처참하다. 온몸이 찢기고 갈리는 마음”이라며 “기어이 윤석열 정권이 쳐 놓은 덫에 이 대표를 내던져야 했냐”고 했고, 전용기 의원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 대열을 정비해야 겠다”며 격분했다.

이원택 의원은 “울분이 너무 커서 참을 수 없다. 그러고 나니 행복한가”라고 했고, 김병기 의원은 “역사는 오늘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며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의원은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이 같은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도 “구태정치와 모사꾼들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의석수가 한두 자리 줄더라도 없는 것이 더 나은 사람들은 이번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안민석 의원도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 “(체포동의안 가결은) 국민의힘을 빌어서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가결파의 ‘차도살인’이라는 본질을 띠고 있다. 해당 행위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그런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의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 익명의 그늘에 숨는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고, 서은숙 최고의원도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자산이 해당 행위 한 것을 공개하고, 큰 소리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며 비명계를 맹 비난했다.

이들의 한결같은 비난의 목소리는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반드시 색출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SNS에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주당 내에서 ‘신자 색출’, ‘투표 공개’라는 공산당 치하에서나 어울릴 법안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이 단순한 여야 대립이나 계파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며, “색출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표현을 인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논평에서 “당 지도부가 오히려 나서서 ‘배신자를 색출하겠다’고 하니 이런 마녀사냥이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느냐. 민주당과 이 대표의 이같은 행태는 정치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폐이스북을 통해 “가결 의원에 대한 색출과 자아비판 요구를 넘어 ‘살인 예고’까지 나왔다”며 “이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민주주의로 위장한 전체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위험한 동거가 민주당을 ‘공멸(共滅)’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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