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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꿋꿋이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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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꿋꿋이 하고 싶었다"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0.0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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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 1966년 7월 11일부터 30일까지 잉글랜드에서 개최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본선에 출전, 6경기에서 무려 8골을 몰아치면서 득점왕으로 활약한 포루투갈의 전설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혜이라가 펼친 골 세레머니가 당시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흑표범’과 ‘흑진주’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포루투갈 국가대표 공격수였던 에우제비오는 경기 중 득점 후 크게 뛰어오르며 움켜쥔 주먹을 하늘을 향해 치켜드는 축구 세레머니가 세계로 퍼지면서 퍼포먼스의 경연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지성 선수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포루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영표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 선수가 극적인 득점을 터트린 직후 두 팔을 벌리며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세레머리를 펼친 장면이 한국 축구 초고의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이자 동물생태학자인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1983년에 출판한 저서 ‘축구 인간학-맨워칭 2’에서 축구 세레머니 중 ‘전력 질주’는 시합의 진행으로 억압된 에너지를 득점을 올린 본인이 전력 질주하는 것으로 누그려뜨리려는 목적이 내포돼 있다고 했다.

여기서 좀 더 표현이 추가되면 양팔이나 한팔을 높이 쳐들거나 동료가 축하해 주기 위해 뒤는 등의 행위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집계손가락을 내미는 패턴과 손바닥을 펴는 경례풍의 패턴, 주먹을 내미는 패턴과 무릎을 꿇고 상체를 뒤로 젖혀 양손을 들어올리는 패턴, 양손의 검지를 하늘로 향하는 패턴 등도 있다.

데스몬드는 또, 권투선수가 펀치를 먹이는 동작과 원주민의 전승 이식을 본뜬 것, 제자리걸음, 양발을 조금씩 움직여 스텝을 밟는 것, 득점자에게 다른 선수가 달려와 끌어안는 것, 득점자를 그라운드에 쓰러뜨리는 것, 쓰러져 있는 선수를 동료가 단체로 달려드는 패턴 등 다양한 포즈가 있다고 했다.

세레머니는 다른 선수도 차례로 참가하면서 서로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큰 집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세레머니는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66년 월드컵 당시 에우제비우의 골 세레머니 이후 선수들이 대회 승리 시 다양한 감정과 의미의 표현이 됐고,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 각자만의 취향과 방식을 담은 표현으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대회는 사상 최다 선수인 45개국 1만2500여 명이 참가, 총 40개 종목에서 482개의 금메달을 두고 기량을 겨룬 가운데 우리나라는 39개 종목에서 114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와 야구, 여자 단식 배드민턴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가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국민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날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2대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 대회에 이어 금메달을 연달아 따내며 아시안게임 3연패를 달성한 것이다. 아시아 최초다.

황선홍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선수들과 지원스태프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며, “한국에서 늦은 밤까지 성원해주신 국민들에게 기쁨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대한민국과 대만의 남자야구 결승전도 긴장되는 경기였다. 대만과의 이전 경기에서 0대 4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2회 초 문보경 선수가 2루타를 친 후 김주원 선수의 희생플라이 아웃으로 1루수 문보경 선수가 홈인해 첫 득점 한 뒤 1점을 추가해 2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우리 선수들은 9회 말 종료 후 모두가 양팔을 치켜들고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승리를 만끽하며 환호했다. 이들의 세레머니도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같은 날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삼성생명)도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3위인 중국의 천위페이를 게임 스코어 2대 1로 꺽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세트 막판 무릎 부상으로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안세영은 투혼을 발휘해 다시 코트에 돌아와 통증을 참으며 1게임을 따냈다.

2게임에서는 중국 관중의 일방적은 응원 속에 초번의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패했지만 3게임에서는 초반부터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10점 차까지 벌이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안세영은 우승이 확정되자 코드에 드러누웠고, 다시 일어나 가슴에 붙은 태극기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그는 취재진에게 “무릎 쪽이 많이 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걸을 정도는 됐다.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꿋꿋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뛰었다”고 했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세레머니가 무엇보다 감격스럽고 아름다운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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