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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사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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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검사와 대통령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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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권력지도는 완전히 바뀌고 있다. 1993년 2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우리나라 권력층은 군인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해방이후 민간인 출신인 이승만 윤보선 등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1961년부터 30여 년 동안은 군부가 장악해 군부독재 시대를 형성했다. 군인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총리와 장관 등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도 상당수가 군인출신으로 채워졌다. 국방에 충실해야 할 군인들이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군대문화인 상명하복 관계가 뚜렷하게 형성됐다. 적법한 절차와 토론을 거쳐 결정되는 의사구조가 아니라 절대 권력자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고 규칙이었다. 이러한 통치구조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완화되기는 했지만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절대적이다. 법적으로 3권 분립이 명시돼 있지만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로 편입되는 현상은 그 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으로 이어진 권력구조의 특징은 오랫동안 정치에 몸담아 온 사람이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치인 출신은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등 3명이고, 법조인 출신은 노무현 문재인 등 2명, 경제인 출신은 이명박 1명이다. 결과적으로 정치인과 법조인이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순수 경제인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곧바로 권좌에 오른 것이 아니라 기업을 떠나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등을 거치면서 정치에 몸담았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통령선거에 도전했지만 낙마하고 국민당을 창당해 정치활동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경제인 출신이 권력의 핵심에 진출한다는 것은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우리나라 대통령은 군인 정치인 법조인 등 3개 분야의 사람들이 70년을 넘게 권력을 독점해 왔다.

대통령을 제외한 국회도 마찬가지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법조인 출신은 모두 43명이다. 판사가 8명, 검사 15명, 변호사 20명 등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법조인 출신은 48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법조인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법을 제개정 하는 국회의 특성상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견해도 많다. 권력지향적인 정치인과 검사 조직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검사와 정치인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였다.

차기 대통령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법조인 출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변호사 출신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후보로 선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국민의 힘은 11월5일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경선후보 4명 가운데 3명이 검사 출신이다.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등이 검사 출신이고 유승민 후보는 경제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왔다.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까지는 1주일여 남겨두고 있지만 현재 각종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이변이 없는 한 검사 출신중 한 사람이 최종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거대 양당 후보는 2명 모두 법조인 출신이 된다. 물론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도 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과 국민의 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각종 지표를 볼 때 상당히 높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나라 수사체계가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수사자체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고, 서로 미루거나 떠넘기는 방식도 문제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수사를 마무리해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공정한 수사와 정의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여당도 야당도 억지 주장을 펼쳐 국민의 선택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나서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게 하고 검찰도 중립을 지키면서 신속 정확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9.7%가 검찰의 수사가 잘못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여권 지지층에서도 47.5%가 검찰의 수사가 잘못한다고 응답했다. 특검 도입은 62.5%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사건을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 아니다. 특검을 도입하던지 여야가 협의해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려 대통령 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중대사가 걸린 대통령선거가 대장동 사건으로 선택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과 우리나라 검사들의 양심 있는 판단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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