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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토끼와 거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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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토끼와 거북이’에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2.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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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20대 대선이 석 달여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양당정치’ 구도를 등에 업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형국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직후 한 달여 동안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경선 후유증으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대장동 의혹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윤석열 후보는 실언과 구설에도 이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선택 2022’를 향해 뛰는 ‘0선 후보들’의 초반 레이스는 이처럼 대조적이다. 대선에서 ‘ 달’은 아주 긴 시간이다. 윤 후보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옛날 옛적 ‘토끼와 거북이’는 앞서가던 토끼가 낮잠을 자는 바람에 거북이한테 지고 말았다. 기세 좋게 치고 나갔던 윤 후보와 그를 추격하고 있는 이 후보 상황이 마치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를 보는 것 같다.

유명한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발 빠른 토끼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를 얕잡아 보고 달리기 시합을 한다. 하지만 토끼가 달리기 시합 중간에 나무 밑에서 잠을 자면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간 거북이에게 지게 된다.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아무리 쉬운 상대라 할지라도 상대를 얕보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것이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러니언은 달리기에 빠르다고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니고 싸움에서 약한 쪽이 항상 지는 것도 아니며, 결국 최후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는 ‘러니언 법칙’을 주장했다. 그는 이 법칙에서 ‘경쟁’을 장거리 달리기에 비유했다. 일시적인 우위가 최후의 승리를 안겨주는 건 아니고 의외의 상황에서 역전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한 번 성공하면 자만에 빠져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고 심지어 상대를 함부로 대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변하곤 한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의 지금 상황이 남보다 조금 낫다고 해서 의기양양해 상대를 얕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인생은 멀고도 긴 여정이어서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행복이 영원히 한 것이 아니며, 낙오했다고 해서 영원히 낙오자로 남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자신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진정한 성공이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한때 이 땅에 존재했던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선거를 34여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쏟아내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후보들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하시라!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방심은 금물이다. 윤 후보나 이 후보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 지지율이 앞선다고 여유를 부렸다간 거북이한테 역전당한 토끼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실책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도, 지지율에 도취해 오만할 때도 아니다. 두 후보를 향한 비호감이 지지율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말이다. 네거티브 할 때도 아니다. 그 시간에 코로나19에 ‘오미크론’까지 덮친 이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먹여 살릴 건지 대안을 궁리하시라. 민심은 흉흉한데, 갈 길은 멀다.

2022년의 대선은 낯설다. 이번 대선 판은 아무리 쳐다봐도 힘겹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멸공’과 ‘여가부 폐지’, 일부 이대남들의 극우적 성향, 탈모 공약 등. 논란 하나하나가 이유·원인이 없이 솟아난 이슈는 아닐 것이다. 그간 한국사회의 성격과 세대변화, 자본의 발달, 팬데믹 영향 등의 요소가 뒤섞여 그 결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분열과 증오가 존재하지만 그 분열과 증오를 해결할 수 있는, 연대를 회복하는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 대선이 그 역할에 충실하기를 희망한다. 갈라치기는 부메랑이 되어 꼭 되돌아오게 돼있다. 우리 대선 역사는 다른 어떤 것보다 ‘후보자 특성 이론’이 지배해 왔다. 후보 가족까지 포함시켜 후보 개인적 요인을 잣대로 삼아 투표한 사가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두 후보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네거티브 공격만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이미 국민은 ‘이런 대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묻는 지경이다. 지금이라도 정책·비전의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대선 후보가 되레 국민의 짐이 돼선 안 되지 않겠는가.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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