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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그냥 버려지는 커피박, 재활용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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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그냥 버려지는 커피박, 재활용체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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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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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코로나19로 주요 외식산업이 침체일로를 겪는 와중에서도 국내 커피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의 커피사랑은 짧은 소비역사에 비해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보통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는 약 15g의 원두가 필요하다. 이 중 우리가 섭취하는 양은 전체의 0.2%(0.3g)에 불과하다. 나머지 99.8%에 이르는 14.7g의 원두가 그대로 찌꺼기로 버려지는 데 이 찌꺼기를 커피박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방향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커피박은 커피 추출 과정에서 수분이 더해져 통상 원두 상태일 때보다 무게가 1.5배로 늘어난다. 2020년 발생한 국내 커피박이 약 15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커피박은 대부분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로 배출된 뒤 매립·소각 처리되는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커피찌꺼기 1만톤을 폐기처리하기 위해서는 종량제봉투에 담아 매립?소각에 이르기까지 1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2020년 약 150억원을 커피박 폐기에 사용한 셈이다. 

땅에 버려진 커피박은 메테인(CH4)이라는 온실가스를 뿜어내는데, 이는 이산화탄소의 34배에 육박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커피박을 매립 및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커피박 1톤 당 338kg으로 자동차 1만 1,000대가 뿜어내는 매연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커피박의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바이오 에너지 기업 바이오빈은 한 해 런던에서 배출되는 커피박 가운데 5만톤을 수거해 바이오 디젤, 에탄올, 펠렛 등 에너지원으로 만든다. 커피 25잔을 만들 때 나오는 커피박으로 커피숯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커피숯 1kg당 발열량은 5,649Cal로 나무껍질(2,828Cal)의 거의 2배다. 

커피 제조업체 네슬레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에서 커피박을 펠렛 형태로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룹 안에 원료 수거, 에너지 기술 연구 등 조직을 두고 있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는 우체국 조직을 이용해 커피박을 수거하는 재활용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는 한 신생기업이 커피찌꺼기와 페트병을 재활용한 신발을 제작해 우리 돈 13만 원 정도에 전 세계로 팔리고 있다.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커피 찌꺼기는 300g정도라고 한다. 이 운동화는 커피의 탈취 성분으로 발냄새를 줄일 수 있고, 자외선 방지효과 뿐만 아니라 방수 기능까지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커피박 재활용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최근 커피박을 친환경 바이오 에너지 원료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경상북도, 인천시, 현대제철, 한국생산성본부, 환경재단 등이 커피박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 축사악취제거, 벽돌과 화분 등의 다양한 제품을 제작할 계획을 마련 중이다.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퇴비영농조합은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퇴비를 생산하고 있다. 축분에 커피박(10%)과 수분제거용 톱밥(25%)을 섞어 퇴비를 생산하면서 악취 민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 퇴비는 유기질이 풍부해 토질 개량 효과가 좋다. 

이처럼 생활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커피박은 재생에너지로 부가가치가 높다. 커피박은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고 특유의 향이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또 유기물뿐 아니라 풍부한 섬유소, 리그닌, 카페인, 폴리페놀화합물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 중의 하나이다.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순환자원으로 분류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 

현재 국내 커피박은 분리배출과 수거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통째로 매립되거나 소각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정부는 커피박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 유형 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과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땅에 매립하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빛을 발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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