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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매사마골(買死馬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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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매사마골(買死馬骨)의 교훈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3.12.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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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진시황(秦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까지 여러 나라가 끊임없이 싸우던 전국시대(戰國時代) 때 이야기다.

당시 연(燕)나라에 소왕(昭王)이라는 임금이 있었다. 그는 이웃 제(齊)나라의 침입으로 영토를 절반 이상 빼앗기고, 부왕(父王)마저 사망한 상황에서 왕에 즉위했다.

소왕은 제나라에 복수하고,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자 했다. 그때 매우 지혜롭고 이름이 알려진 곽외(郭)라는 인물이 연나라를 찾아왔다.

소왕은 그에게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 제나라에 복수하고 싶소. 하지만 뜻을 같이할 인재를 얻을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라며, 인재 영입 방법을 물었다.

이에 곽외는 “옛날, 어떤 임금이 천금을 내걸고, 천리마를 구했습니다. 몇 년 동안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이에 소왕은 “글쎄, 천리마가 없었나요?라고 했다.

곽외는 “아닙니다.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왜 없겠습니까? 다만 세상 사람들이 말 한 마리에 정말 천금을 줄까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천리마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자 어느 관리가 나섰습니다. 그가 ‘제게 천금을 주시면 반드시 천리마를 구해 오습니다’고 말하자 임금은 그를 믿고 선뜻 천금을 내주었습니다”

이어 “관리는 방방곡곡 수소문한 끝에 천리마가 있다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그래서 말 뼈를 500금을 주고 샀습니다”

곽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임금은 언제 관리가 천리마를 사 올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관리가 내놓은 보따리에서 천리마가 아니라 천리마 뼈다귀가 나왔습니다. 이에 임금은 ‘이까짓 말 뼈다귀를 500금이나 주고 사 왔단 말이냐!’며 불같이 화냈습니다. 관리가 대답했습니다. ‘천리마는 워낙 귀한 말이기 때문에 모두가 꼭꼭 숨겨 놓고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죽은 천리마 뼈다귀를 500금이나 주고 샀다는 소문이 나면 진짜 살아 있는 천리마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궁 앞에 줄을 서겠지요.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마를 가진 주인들이 나타나 임금은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답니다”

그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있던 소왕은 인재 영입 방법에 대해 물었다.

곽외는 “전하께서 천하의 인재를 얻고 싶으시다면 우선 저를 영입하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저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전하 밑으로 모여들 것입니다”. 자신을 죽은 말의 뼈처럼 삼으라는 얘기다. 이 같은 말을 들은 소왕은 그를 영입해 집을 지어 주며, 극진히 대접했다.

그 후 제갈공명이 가장 존경했다는 명장 악의(樂毅)를 비롯, 추연, 조신 등 뛰어난 인재들이 소왕을 찾아왔고, 소왕은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제나라에 빼앗긴 땅을 되찾고,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곽외가 소왕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 ‘죽은 말의 뼈를 사다’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이다. ‘귀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공을 들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는 주(周) 정정왕(貞定王) 57년(기원전 454)으로부터, 진시황 37년(기원전 210)에 이르기까지 240년 동안의 정치·사회와 책사언행(策士言行)을 기록한 역사책 ‘전국책(戰國策)’에 실린 내용이다.

요즘 여야 정치권이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할 부분이다. 영입 방법과 결과에 따라 총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에너지와 환경, 기업, 언론 등 각 분야 영입 인재 9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재영입위원인 조정훈 의원은 15일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5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50여분 정도 인재들을 검토했고, 여러가지 논의 결과 다가오는(다음주) 화요일 다양한 분야에서 아홉분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 인재 추천과 관련, 1900명 정도를 접수 인원으로 (중간)보고 받았고, 실무진이 검토·추천할 만한 세평이 좋은 분들 위주로 계속 보고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지난번 5명을 발표했고, 9명을 발표하면 14명, 계속해서 1월까지 대략 30명에서 35명 정도를 발표할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구자룡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하정훈 소아과 의사,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윤도현 SOL(자립준비청년 지원) 대표 등 5명의 인재 영입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인재 영입 2호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새솔테크 고문이자 엔씨소프트 전무 출신의 이재성 씨를 발표했다.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형 IT전문가’인 이 씨는 부산항 부두 노동자의 막내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온 뒤 포항공대와 부산 고신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1일 3040 여성 전문가를 중점적으로 물색한 끝에 ‘1호 영입 인재’로 40대 여성인 환경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영입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변호사는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에서 활동한 인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인재 영입 기준은 분명하다고 했다. 국민의 삶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유능한 인재라면 누구든 민주당의 새로운 얼굴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훌륭한 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4일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 가해자로 알려진 정의찬 이재명 대표 특보를 총선 후보자로 적격 판정한 뒤 하루 만에 ‘적격 판정’ 결과를 번복하며, “검증 결과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인 범죄경력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업무상 실수’라고 해명했다.

‘친이재명계’를 내세우는 한국대학총연합회(한총련) 인사들에 대해 관대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 ‘부실 검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친명 이력’이 검증의 잣대로 작용한 셈이다.

그래서 현재 정당의 눈높이는 구태(舊態)다. 새롭고. 참신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물을 찾기 위한 각고(刻苦)의 노력(努力)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다. ‘매사마골’의 교훈을 실천하는 것이 내년 총선승리의 비결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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