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205] 과반의석과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상태바
[세상읽기 205] 과반의석과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12.06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이 전 대표 입장에서야 ‘희생양’을 바라며 “당에서 쫓아내어 주면 얼씨구나” 이겠지만 이 대표가 그걸 모르겠는가. 이 대표는 스스로 걸어 나가 ‘배신자’의 옷을 이 전 대표가 걸치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말은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정부 집권당인 국민의힘을 서열상 먼저 써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 의회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하긴 의회 집권당이라 해보았자 의석수뿐이지 방탄용 탄핵안 처리를 빼면 뭐하나 국민들의 기억에 심어준 것도 없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넘어야 할 산이 두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이재명 대표다. 더 적확히는 이 전 대표의 사법처리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장동 의혹이 나온 뒤 2년여만의 첫 판결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칼날은 힘을 얻고 애초부터 과녁이었던 이 대표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총선 국면에서 유권자들은 법정을 오가는 이 대표의 행보를 투표와 연계하여 보게 될 것이고, 민주당의 ‘정치보복’ 주장이 설 땅은 ‘개딸’이상을 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다음은 전 대표인 이낙연이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현 대표와 전 대표인 이들은 이 씨라는 성만 같을 뿐 이미 동지적 관계를 청산한 지 오래다.

민주당 홈페이지의 당원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출당 청원과 관련, 이 전 대표는 ‘혹시 몰아내 주기를 바라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바라기야 하겠나”라면서도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서야 ‘희생양’을 바라며 “당에서 쫓아 내주면 얼씨구나” 이겠지만 이 대표가 그걸 모르겠는가. 이 대표는 스스로 걸어 나가 ‘배신자’의 옷을 이 전 대표가 걸치기를 바랄 뿐이다.

이쯤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체제에서 공천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몇 사람을 이끌고 신당이나 제3지대로 가고, 민주당은 그렇게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현직 대표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체력에 비해 산이 너무 높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민주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자중지란의 이란성 쌍둥이다. 국민의힘도 전 대표인 이준석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이미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는 데다 어쩌면 이 전 대표를 넘지 않고도, 오히려 잘라내야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믿음이야 자유지만 이준석 전 대표도 이미 신당을 굳혀가고 있다. 더구나 전권행사를 부여받으며 당차게 출범했던 인요한 혁신위가 당내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초, 해체 직전에 놓여 있다.

중도층의 지지 없이 열혈의 맹목적 지지자들로 과반의 의석을 채울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어디 우리 정치가 그러한가. 중도층의 지지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국민의힘도 과반의석은 목표 이상의 현실성을 갖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에 대한 지지율과 대통령의 지지율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군대식의 체질화된 상명하복 문화는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결국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이낙연의 신당이나 이준석의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거대 양당의 구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늘 그랬듯이 선거 이후에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과 합류하고, 이낙연 신당은 민주당과 합류하는 이합집산의 개연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가정은 당사자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정치발전을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마치 마지막 잎새처럼 처량하지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이 뜯겨지면 새로운 12장의 달력이 걸리게 된다. 지는 해를 꼭 서러워할 일 만은 아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