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20] 국민을 손아귀에 넣으려 힘주면 민심은 바닥친다
상태바
[함께 읽는 詩 20] 국민을 손아귀에 넣으려 힘주면 민심은 바닥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9.16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광 시인(1965년생)
경북 의성 출신으로 1998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난 머리 감을 때 샴푸와 린스를 전혀 쓰지 않는다. 샤워할 때 바디클렌전지 뭔지 하는 제품 역시 아내의 전용품 일뿐, 세수하고, 머리 감고, 샤워할 때도 오직 비누 한 가지만 사용한다. 한데 비누를 사용할 때마다 미끌미끌하여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뜨리기 일수다. 특히 세게 쥐면 쥘수록 나를 따돌리며 멀어져간다.

나는 고작 손에서 빠져나가는 비누의 미끌미끌함에 짜증을 낼 뿐이건만 시인의 눈은 역시 다르다. 비누를 '헤어진 연인'에 비유하는 저 기발함과 참신함을.

"비누는 조그맣고 부드러워 / 한 손에 잡히지만 / 아귀힘을 빠져나가면서 / 부서지지 않으면서 / 더러워진 나의 몸을 씻어준다" 한 손에 담겨 조금 힘만 줘도 단번에 으스러질 것만 같은 연하디연한 비누, 힘을 세게 주면 줄수록 쉬 미끄러 빠져 나간다.

그러나 조그맣고 부드러운 비누는 더러워진 나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 준다. 나의 폭력(?)에도 불구, 나를 일깨워준다. "힘을 주면 더욱 미끄러워져 / 나를 벗어나는 그대 / 나는 그대를 움켜쥐려 했고 / 그대는 조심조심 나를 벗어났지" 비누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나 또한 그를 사랑했기에 소유하려(움켜쥐러) 했다. 그게 참사랑의 길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괜한 집착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집착을 버림이 소유에 더 접근할 수 있음을 몰랐던 게다. "한번도 나의 소유가 된 적 없는데 / 내 곁에 늘 있는 그대 / 나를 깊이 사랑해주는 / 미끌미끌한 그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으스러질까 봐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 어디 비누뿐이겠는가. 내 손아귀에 거머쥐고도 내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수 많은 존재들. 인간 또한 물 묻은 비누처럼 미끌미끌하다 하겠다. 꽉 쥐려하면 멀어지기 마련이니까. 작금의 정치인들이  직시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을 손아귀에 넣으려 힘주면 민심이 바닥침을...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