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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자식은 애물일까·보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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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자식은 애물일까·보물일까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0.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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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한때 아들을 낳지 못해 쫓겨나던 ‘칠거지악’이나는라 게 있었다. 이제는 지악(之惡)이 아니라 지선(之善)쯤 여기는 세상이 됐다.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자녀는 힘겨운 신혼생활을 지탱하고 가족을 결속시키는 힘이었다. 이제는 국민 10명 중 3명이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고 한다. 교육 수준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심했다.

부모 자식 간의 역학(?) 관계는 참으로 미묘하다. 자식이 어릴 때야 일방적으로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서로 애증의 관계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자식의 승(勝)’으로 끝난다. ‘내리 사랑’이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부모를 둔 자식 중에는 영어로 ‘black sheep’이 유독 많다. ‘가족 중 홀로 말썽꾸러기’ 정도로 번역되는 말이다. 유명 정치인 자식의 비행이나 일탈, 구설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부터 그렇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그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숱한 스캔들을 뿌렸고 형수와 동거, 혼외자 출생, 마약 복용 등 문란한 사생활로 유명하다.

최근 유명 정치인들의 자식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유명세와 구설을 달고 살아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어쩌면 숙명 같은 일이지만 공개되고 싶지 않은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얘기는 가혹하기도 하고 참 견디기 힘들듯하다. 문준용 씨 저격수로 유명한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은 세간에 시끄러운 화천대유와 관련해 이 직장에서 6년간 근무하고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장제원 의원은 아들인 래퍼 노엘 씨가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자식을 잘못 키운 아비의 죄를 깊이 반성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종합상황실장직에서 사퇴했다.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딸도 이 회사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아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수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일명 ‘조국사태’도 있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과 딸에 대한 대학과 대학원 진학, 장학금 지급, 사문서 위조를 둘러싼 ‘아빠, 엄마 찬스’ 특혜 논란 속에 수년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도 아들의 병가 연장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도 종종 구설에 오른다. 미디어아트 작가인 그는 여러 차례 지자체 등의 예산 지원으로 작품을 전시했고,그때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DJ 아들 홍업 씨와 YS 아들 현철 씨도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행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곤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 유력 정치인의 자식이나 재벌 3·4세들의 소소한 일탈행위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진다.

‘무자식이 상팔자’ ‘호부견자’(虎父犬子)’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모든 걸 자식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성공한 부모’가 주는 압박감이 자식을 일탈로 몰아가기도 한다.부모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에서 보듯 자식 사랑이 부정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같은 맥락이다.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자식 문제라기도 하고,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였다’는 말도 있다. 혹은 ‘애물단지’라고도 한다.자식은 태어나서 자립하기 전까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혈연으로 엮인 부모 자식 간이지만 오롯이 자신의 생각을 지닌 독립된 객체인 자식을 떡 주무르듯 인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다.

적정한 시기에 독립하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무한 애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일그러진 자식 사랑이 부모와 자식 모두를 수렁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이 “닭죽 먹으러 올래?”라며 갈곳없는 아들을 품는 장면은 눈물겹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옛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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