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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시대정신, 공존의 청빈(淸貧)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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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시대정신, 공존의 청빈(淸貧)을 바라보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0.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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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5년 전쯤 ‘인공지능과 인간’ 주제의 한 강연에서 제시된 수치에 주목했다.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바이오 등 신기술 관련 직종에서 2015년부터 5년간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2백만 개, 없어지는 단순직종 일자리는 7백10만 개라고 했다. 

5백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단다.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나온 수치였다. 부(富)의 편중이 심화되고 양극화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6년 후인 지금, 그 상황은 더 심각할 터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앙이 겹쳤다. ‘툰베리즘’ 속에서도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는 속도위반 중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망가뜨린 인류공생의 가녀린 희망은 크고 작은 겨레들의 여러 이기심으로 표류 중이다.

이 숫자를 떠올린 것은 대장동 등 ‘돈’과 얽힌 여러 사태 때문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것을 조율하는 틀이 인간을 바라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함께 살기(공존)의 섭리를 부정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만의 세상인 ‘자본주의’를 저어하는 것이다. 

금융과 법률이 첨단기법으로 사기와 횡령에 나서는 모습도, 결과적으로 첨단기술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 이때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 제목은 시사적이다. 

잠시 폼 나게들 살 것이다. 허나 인구 사라지면, 아기 울음 잦아들면, 스마트폰 전기차 아파트 사는 이들 없어지면 저 부자들도 곧 침몰하리니. 공멸(共滅)이다. 

경제(학)의 기초다. 또 지방 없이, 농촌 없이 어찌 도시만 살겠다고 하는가. 이기면서 지는, ‘똑똑한 바보’들의 행진이다. 우리의 오늘인가. 내일을 바라보는 눈이 모두 지독한 근시(近視) 병에 걸렸구나.

사라진 일자리는 필시 새로 생긴 일자리 때문이다.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능력주의 허방의 관성(慣性)을 버리지 않고는 공존할 수 없다. 더 심해진다. ‘저따위 자본주의’ 말고, 새 경제학이 필요한 것이다. 

노예제와 식민주의 때 만든 소위 선진국의 ‘돈 놓고 돈 먹기’식 세계 경제의 낡은 틀을 더 섬길 이유가 무엇인가? 

국제 사회의 지배적인 세력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처럼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다른 나라에서 해보지 않았으니, 성공한 나라가 없으니 불안하다고 한다. 

우리 시스템은 이미 잘 나가는, 공부 많이 한, 금수저들의 이익만을 겨냥한다. 저출산 대책 예산마저도 저 시스템을 살찌게 한다. 

기본소득 같은 가장 기초적인 수리마저도 하지 말자 하는 이유다. 고장난 시스템을 고치기 싫은 것이다. ‘한번 해보자’는 이들도 있지만, 남 눈치 보느라 망치와 수도꼭지만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영국의 비틀즈가 미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베껴서 세계를 석권했던가? 비틀즈를 이미 덮어버린 방탄소년단은 그저 돌연변이인가? 

기득권 세력들이 알량한 제 주머니 틀어쥐고 정의니 공정이니를 외워대면 이 나라는 내일이 없다. 이대로는 앞날 없음을 다 일고 있다. 왜 누가 아기를 낳고 싶어 하랴.

잘 나눠서 깨끗하게 함께 사는 청빈이 되레 우리를 부유하게 하는 새 시대에 우리는 섰다. 소년과 청춘들이 살아갈 나라다. 어른들은 눈에 붙은 더께 떼 내고, 어진 마음을 바라보자. 정치도 용감하게 나서라. 쩨쩨하면 진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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