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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오징어 게임과 드레퓌스, 낡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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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오징어 게임과 드레퓌스, 낡은 민주주의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1.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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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드레퓌스 사건(1894년)을 떠올린다. 기득권이 세력 유지를 위해 애매한 약자를 희생양으로 찍어내는 상황, 당신이 프랑스의 유태인 포병 대위로 간첩 누명을 썼다면, 또는 목격자로 그 상황 속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놈’ 없애고 복마전 숨겨 ‘세상 편안한 것’이 중요하다. ‘이게 정의다.’라고 명분 세운다. 대다수 시민들은 드레퓌스를 ‘나쁜 놈’으로 알도록 세뇌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 말이다.

드레퓌스의 결백을 알게 되면서도 세상은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 나라면, ‘나는 고발한다’는 글로 그를 구하러 나선 작가 에밀 졸라의 용기에 불끈 주먹 쥘 수 있을까? 막다른 골목의 졸라와 ‘반역자’ 드레퓌스를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까? 묻는다. “국민 55% ‘이재명 대장동 특혜 개입’.. 이 ‘유례없는 공공환수’”

이재명이 ‘특혜 개입’ 했다고 55%가 설문에 응답했는데, 이재명은 선거유세에서 (대장동 사업이) 유례없는 ‘공공환수’라고 주장했다. 큰 신문사의 기사다. 허나 이 둘은 각각 다른 사실이다. (나쁜) 의도가 사실을 합치고 비틀었다. 

일부 언론, 이와 비슷하게 마음자리가 망가졌다. 다수결은 진실인가? 여론조사는 사실제작소인가? 알면서, 모르쇠로 시민 지성의 뒤통수에 칼을 박는다. 

왜 55%가 그리 생각할까 밝히지 않더라. ‘유례없는 공공환수’라고 한 ‘이재명의 주장’도 칼같이 확인해야 했다. 그냥 55%의 응답률과 ‘주장’을 나란히 세웠다. ‘이재명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를 유포하는 것이다.

이런 은유(메타포)의 속뜻을 소비자인 시민은 이미 안다. ‘저 신문은 이 사람이 대통령 되는 게 싫거나 무섭구나’로 읽는다. 저런 기사 줄 섰다. 독자를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아니 된다.

민주주의는 낡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갈망했던 김지하 시인의 민주주의도 순수(純粹)만을 바라볼 일이다. 저 이념의 뒷배인 자본주의도 규모나 의미, 선량한 성품이 변했다. 

경계 감시 풀면 저들은 시스템은 곧 사람을 배신한다. AI(인공지능)이 저럴지 두렵다. 이미 ‘사람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잊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은 실은 (인류를 대변하는) 통곡이다. 

가인이 엄마 진도의 송순단 만신 불러 해원(解?)을 청할까나. 저 배신에 사그라진 무수한 원혼들에게 씻김굿을 바치고 싶다. 주검마다 이유는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를 넘는 이유가 어디 있으랴. 세상에 ‘드레퓌스’란, 버려져도 무방할 인간은 없다.   

이념(의 환상)을 버리자. 학연 지연에 뭇 종교의 편견 심지어 눈먼 애국심까지 다 비우자, 원초(原初)만을 생각하자. 사람(人)과 사람 사이(間)가 인간(人間) 아니냐. 바꿔야 하리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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