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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21세기 정명론-정의는 ‘제 편한 대로’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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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21세기 정명론-정의는 ‘제 편한 대로’가 아님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1.09 16:1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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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정명론(正名論)이라 하면 으레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君)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臣)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父)는 아비다워야...’하는 공자 말씀 들먹이며 충효의 뜻으로 새긴다. 권력이나 인륜의 구조로 ‘바른 이름’ 정명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명론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름은 사물의 본성을 가리킨다. 이름(名)에 따르는 분수(分), 명분이 서로 어긋나선 안 된다. 정명론은 그래서 명분론이기도 하다.  

철수 사과 컵 등의 이름(명사) 말고도 가다 오다 크다 쩨쩨하다 따위 상태나 동작을 가리키는 말도 모두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正(정)은 ‘바르다’의 뜻이니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단어다. 정의(正義)는 ‘바른 뜻’으로 이미지가 못내 엄숙하다.

그러나 반전은 있다. 원래 한자의 ‘작가’는 이런 활용 사례를 보고 딱하다 혀를 차거나, 깔깔 웃을지 모른다. 어원론(語源論) 얘기다. 원래 그림으로 빚은 글자이니 화가라고 해야 할까나.

“저 성은 내 것이다.” 외치며 적의 성(城)을 향해 진격하는 그림이 옛글자 正이다. 나라 국(國)이나 에워쌀 위(圍)에서 보는 테두리 囗(국) 아래에 발걸음 지(止)가 벋대고 선 그림이 원래 글자다. 세월 지나며 한 일(一) 모양으로 바뀐 囗은 성의 벽 또는 담(wall)이다. 

모든 군사력의 핵심인 보병(步兵)의 步자 윗부분에도 있는 그칠 지(止) 글자의 바탕은 발(걸음)이다. 걸음은 가다가 멈추기도 한다, 거기서 중지(中止)하다는 뜻이 번져 나왔겠다. 

그렇게 하여 이기면(점령하면) 내 것이고, 그 뜻이 정의다. 지면 어떻게 되나. 세상사가 상대적인 걸 드러내는 글자일세. ‘공자 정명론’에서 보듯 그 시대에 이미 正은 정의의 뜻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정의다’ ‘나만 옳다’가 正의 뜻이었네. 힘의 논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정치동네를 보는 듯하다. 가난을, 시민을 볼모삼아 막말 쏟는 저 모양들은 차라리 측은하다. 배고픔의 본디, ‘빽’ 없는 무력감을 그들이 어찌 알랴. ‘나만 옳다’ 우기는 것이 세금 내서 ‘정치의 비용’ 대는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저마다 정의를 부르짖으면 심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심판, 사정기구나 언론도 대충 ‘나만의 정의’를 부르짖는 막장에 섰다. 옐로카드 쌓이면 퇴장, 하늘이 뒤집힌다. 개벽(開闢)이다. 참 딱한 정의다.

내가 ‘바른 눈’을 가지는 수밖엔 없다. 세상 이치의 여러 기준들이 저마다의 탐욕과 무지로 흔들리면, 내가 세상의 판관(判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 반가운 것은, BTS에다 ‘기생충’ ‘미나리’가 뜨더니 어른들 왕년 골목놀이 소재 ‘오징어 게임’이 세상을 주름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변방(邊方)으로만 여겼던 우리의 생각이 ‘새로운 기준’으로 지구촌을 매혹하고 있는 것이다.  

승리의 기운,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다. 우리가 인류 평화에 공헌하는 일이다. 좀 서운하다 싶어도 ‘어른들’은 눈치껏 빠져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제 역량을 더 펴 정명 이루도록 말이다.  

바른 이름, 정명에 바른 눈 떠야 한다는 이치를 문자의 역사는 일러준다. 공부와 명상의 원리이기도 하다. 검색(檢索) 말고도, 사색(思索)과 탐색(探索)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의 반증이다..

이치 곰곰 생각하는 궁리(窮理)없이 어찌 인문(학)이 제대로 서랴. 사람(人)의 글자(文)가 인문학의 첫 계단이다. 문자(文字) 없으면 글 읽다 자칫 허방 딛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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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1-10 00:58:27
시대에는 상대방에 대해, 전혀 모르던것을 알아야 합니다. 유교사회에서 모르거나, 도외시하던 많은 철학들(유교에서 파생된 무속신앙, 노장사상, 불교등)! 그리고 서유럽과 중남미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은 동아시아 수천년 세계종교인 유교와 하느님숭배 및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가르침이 비슷합니다. 하느님[유교의 天은 하늘(하느님]!.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1-11-10 00:57:46
약관계입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유교는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으로 남존여비의 전통은 변하지 않습니다. 기독교도 이슬람도 이 남존여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충분히 예를 행하면, 여자는 수절과부의 명예를 기꺼이 택할 사람이 많습니다. 본인에게 명예가 되니까 그런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군신간이나 부부간이나 사제간이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 그 관계가 쉽게 깨집니다.@유교의 으뜸 경전은 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의 오경과 논어.중용.대학.맹자 사서가 공통됩니다. 세계화시대고, 유교가 국교이던 조선.대한제국이 불교Monkey일본에 강제 점령당한후, 일제 강점기에 강제 포교된 일본 신도(불교), 불교, 기독교가 종교주권은 없는채, 이어지고 있는 복잡한 한국 현대사회입니다. 이러한 혼란한

윤진한 2021-11-10 00:56:34
어느 제후국이라도 갈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조선처럼 어찌할 수 없는 특정국가에 얽매이던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사상가들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게 됩니다. 나중에 한나라처럼 천하를 통일하여, 제후국을 주유하는 시대가 없어지고, 忠이 왜곡되어 신하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쪽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는데, 이는 공자님과 맹자님의 가르침은 아닙니다.

​그리고 군주의 의리와 신하의 충성은 상호 공존의 바탕에서나 가능합니다. 군주가 신하에게 제대로 대접을 하지 않으면, 신하는 충성을 할 의무가 없어지는 계약법 같은 것입니다. 군주가 신하에게 도리를 다하지 않고 신하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하면 그 군신관계는 계약이 무효가 되는 이치입니다. 부부간의 관계도 그런 상호공존의 계

윤진한 2021-11-10 00:55:14
@공자님은 인간을 낳으신 하느님(天, 시경 天生蒸民)과 神明,조상신 숭배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예법과 도를 설파하시며, 중국 천하를 주유하시던 빈객형태의 사상가로 대부분의 삶을 사셨습니다.공자님은 대사구란 벼슬을 하신적 외에는 대부분 천하를 주유하시며 빈객형태로 제자들을 가르치시고 제후들에게 공자님의 사상을 전파하시던 분입니다. 군주나 신하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가르치시지 않으셨습니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게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가르치셨습니다. 맹자님의 행적도 비슷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주나라 천자를 명목상 최고의 군주로, 많은 제후들이 난립하던 시대입니다.
제자백가의 사상가들은 자기가 태어난 나라가 아니라도, 자기를 등용하거나 고담준론을 듣기 원하는 군주를 찾아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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