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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일본 로컬푸드의 장점은 높은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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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일본 로컬푸드의 장점은 높은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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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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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자국 농산물 소비에 가장 많은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다. 국민 역시 자국의 농산물을 가장 신뢰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민관이 똘똘 뭉쳐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그 핵심이 지산지소(地産地消)·순산순소(旬産旬消)·자산자소(自産自消)운동이다.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과 유사한 개념이다. 순산순소는 농산물을 제철에 소비하자는 뜻이며, 자산자소는 스스로 농산물을 생산해 먹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산지소’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81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움직임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국제시장 개방과 엔고 현상으로 수입 농산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된 농식품의 농약오염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비싸지만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자며 지산지소 운동이 본격화됐다. 지산지소 운동은 먹거리의 지역생산 ․ 지역소비로 지역경제와 농가수입을 돕는 차원을 넘어 탄소배출량을 저감시키는 역할까지 갖게돼 환경운동으로 병행 추진되고 있다.

2002년 농림수산성에서 ‘식 ․ 농 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시민농원, 직매장, 가공시설 지원 등에 매년 1조 억 원 정도를 지원해 유통 기반을 구축했다. 농특산물 직매장이 전국에 1만 6000여개소가 넘게 설치 ․ 운영되고 있다. 2005년 ‘식육기본법(食育;바른 식생활 교육)’을 공포해 일본 전통 식문화의 계승과 확산을 통해 학교급식, 사회복지시설에 지역농산물의 공급이 확대되었다. 농산업진흥과 식량자급율 향상, 식품안전확보, 농업의 구조개혁도 가속화됐다. 2011년 ‘6차산업법’을 시행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식품가공, 외식, 도시와 농촌 교류확대(그린-투어리즘), 관광, 전통음식의 복원 등 다른 업종과 융합해 신산업 창출 및 지역 농산물의 이용을 촉진했다.

이런 정책은 지산지소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토대를 마련하는 새로운 전기가 되어 농가의 마케팅 걱정을 덜어주면서 자연히 농가의 소득향상 안전망을 구축하게 되었다.

일례로 사이타마현(埼玉県)에 세야마농장(賴山農場)은 당근 시금치 가지 등 채소 유기농업으로 유명하다. 이 농장 인근 식당에서는 메뉴판에 세야마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채소를 식자재로 사용했다고 표시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미에현(三重県)에 모쿠모쿠농장(モクモク手づくりファーム)l은 가공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레스토랑은 물론 체험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직접 생산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레스토랑을 통해 판매하고 관광까지도 연계하는 6차산업의 성공모델이 되었는데 고용인원만 해도 120명에 연간매출이 600억 원이 된다.  

홋카이도(北海道)와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은 지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향토 요리, 식문화, 자연에 대한 소중함에 대한 이해를 교육하는데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학교급식에서 지역의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또한 지역 내에서 배출된 쓰레기 등 유기물을 엄격하게 분리 수거해 퇴비를 생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정부는 국산 농산물 소비확대와 자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산지소 지원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많은 지자체에서 일본의 지산지소와 같은 형태의 로컬푸드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농업노동력의 고령화·여성화, 농촌 인구의 감소, 지역 전통문화의 단절, 농촌사회의 붕괴, 농산물시장의 세계화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앞으로 생산 ․ 유통(판매) 위주의 로컬푸드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민관 거버넌스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지역별 푸드플랜을 수립해 먹거리 생산과 유통은 물론 소비와 관련된 안전-영양-복지-환경-일자리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 관리하는 로컬푸드 선순환 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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