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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영국 농촌에서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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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영국 농촌에서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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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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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식량자급을 달성하고 이농현상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농업혁명을 전개했다. 시작은 1953년부터 농업보조금 제도를 포함한 공동농업정책이었다. 영국의 농업정책은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농업과 식품산업 육성, 농촌자연경관보존과 동물복지 기여, 농촌지역사회의 지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아름다운 농촌자연경관보존 부분이다. 농촌자연경관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일에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농촌자연경관보존’은 영국의 농촌․농업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 도시 주변의 넓은 초지에서 양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고 돌담이 처져 있는 아름다운 농촌자연경관을 보존하기를 국민들이 원하고 있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유지하고 있다.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팀 랭(Tim Lang)은 처음으로‘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주장했다. 음식의 재료가 생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운송거리,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쓰이는 지표다. 푸드 마일리지의 값은 식품의 운송량에 이동거리를 곱해 계측한다. 예를 들어 10톤의 농산물이 500km 떨어진 곳으로 운송되어 판매된 경우 푸드 마일리지는 5000 tㆍkm(=10 ton X 500km)가 된다.

푸드 마일리지의 값이 클수록 먼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식품이 오랫동안 운송되면서 신선도나 식품 안전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해 각종 화학물질들을 사용하거나 냉장 등 추가적인 설비가 투입된다. 또 식품의 장거리 운송을 위한 에너지 투입과 운송수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늘어나 지구의 환경오염을 심화시킨다.

이런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요구로 태동한 것이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우선적으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다.

1997년 관광도시 바스에서 초보적 형태의 로컬푸드 운동인 농민시장(Farmer's market)이 시작된 이후 현재 800여 개소 이상 늘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농민시장에 내다 파는 농산물은 보통 30마일(48km), 대도시는 50마일(80km)이내, 최대 100마일(160km)을 넘지 않는 지역의 농산물이다. 소득이 필요한 영국농민들과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가까운 지역에서 직접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농민시장이 설치된 지역은 여타 상거래 활동이 활성화돼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지역별로 관광지와 연계 농민시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지역농산물의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2001년 카디프, 브리스틀, 맨처스터 등 20개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도시 네트워크 결성하고 로컬푸드 관련주체들과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해 농민시장, 지역생협, 정육점, 학교급식, 병원급식, 개인텃밭, 커뮤니티텃밭, 학교텃밭 등을 운영한다. NGO주도로 ‘리얼 브레드 캠페인’을 전개해 지역공동체 동네빵집을 전국에 100여 개소 이상 운영하고 있다. 인증된 지역산 밀과 식재료로 전통 발효법으로 빵을 만드는 제빵점이다.

영국은 농촌이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도시민이 찾아가는 쉼터이자 안식처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나라이다. 더욱이 농촌을 매력 있는 장소로 가꿔놓으면 도시민의 농촌 이주 증가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 농촌도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믿음이 확고한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애정과 관심이 확산됐으면 한다. 모두들 양들이 한가로이 노는 푸른 초원이 있는 유럽의 풍경에 대해 동경심을 갖고 있지만 우리도 그런 풍경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은 하지 않는다.

농촌이야말로 식량의 지속적 안정적 생산․공급은 물론 생태환경보전, 지역사회 유지 및 사회경제적 기능, 자연경관유지, 휴식공간제공 등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다. 영국이 가르쳐주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답은 로컬푸드 확대에 있다. 우리 정부는 물론 지자체, 농민들의 관심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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