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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일본 이시가와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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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일본 이시가와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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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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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0년 일본 외무대신 초청으로 이시가와현청(石川県廳)에서 장기간 연수를 했다.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은 시절의 해외연수여서 그런지 이시가와현에서 보낸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했고 그렇게 이시가와현은 필자에게 제2의 고향이 됐다. 이시가와현 관광대사 위촉까지 받은 인연으로 필자는 매년 이시가와현을 방문했는데 최근 2년은 코로나로 가보질 못했다. 오늘은 이시가와현에 대한 그리움도 달래고 관광대사로서 역할도 할겸 독자들에게 이시가와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도쿄나 오사카, 삿뽀로 등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일본 관광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시가와현은 일본 중부지방 동해 연안에 있다. 현(県)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충청도 할 때 말하는 도(道) 정도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이지만 작은 편이다. 현청 소재지는 가나자와시(金澤市)다. 현의 인구는 110만 명 정도, 면적은 4,189㎢, 유일하게 태평양전쟁에서 공습을 받지 않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 기암절벽을 비롯해 다채로운 해변경관을 볼 수 있고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자연과 온천, 전통문화와 역사유물, 먹거리와 관광자원이 피해를 보지 않고 잘 보전돼 있어 국내외에서 연간 약 2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에서 고마쓰공항까지 항공편이 운행되고 있어 1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이시가와현에는 해발 2,702m의 영산(靈山)으로 불리는 하쿠산(白山)이 있다. 일본의 후지산(3,776m)과 다테야마(3,015m)와 더불어 일본의 3대 국립공원이다. 이른 봄까지 남아 있는 눈과 신록, 단풍 등 아름다운 대자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철 등산을 통해 아름다운 숲과 꽃들을 즐길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산에서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점차 평야지대로 번져간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활엽수와 푸른 침엽수가 어우러진 경관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사시사철 눈 화장을 한 하쿠산 연봉(連峰)은 매우 아름다운 은세계의 자태를 드러낸다. 장엄한 해돋이와 석양에 빛나는 경치도 감동적이다. 다양한 고산식물이 피어나며 산기슭에 펼쳐진 너도밤나무 원생림도 장관을 이룬다.

이시가와현에는 1천3백 년 전부터 사용된 온천들이 곳곳에 있다. 에도 시대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시를 쓰기 위해 몰려들었던 야마나카 온천 지대의 가쿠센케이 계곡이 유명한데 계곡물은 좁음과 넓음을 반복하며 흘러가고 물 위로는 단풍이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이시가와현은 전통공예왕국이기도 하다. 무사시대 이시가와를 통치했던 마에다 가문은 풍부한 재력을 이용해 문화정책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화려한 황금빛 채색 회화 도자기 ‘구타니야키’와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칠기 ‘와지마누리’, 동그란 형태와 붉은색이 특징인 ‘야마나카 칠기’, ‘가나자와 금박’, ‘가가유젠(기모노 염색)’을 비롯해 다양한 전통공예가 발달했다. 특히 가나자와 금박 제품은 일본 내 점유율이 98%이상을 차지한다. 현재도 일본 미술전이이나 전통공예전의 입선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이시가와현이다.

문화축제도 매력적인 곳이다. 가나자와시의 게이샤(芸者)는 전통음악 연주, 무용 공연, 시 짓기 같은 예능에 종사하는 일본의 전통 기생이다.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에 가면 기모노 차림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전통적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은 100여 채의 전통 목조건물이 늘어선 곳으로도 명성이 높다. 4백 년 이상 버텨온 목조 건물도 있다. 봄에는 벚꽃이 한결 정취를 더해줘 도시 전체가 화사한 분위기에 감싸인다. 가나자와의 ‘켄로쿠엔(兼六園)’에서는 겨울철의 무거운 눈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해 주는 ‘유키즈리(雪吊り)’라는 전통적인 광경도 볼 수 있다. 마치 눈이 내려 나무와 줄에 쌓여 크리스마스트리보다 더 아름답다. 이 정원은 4계절의 풍경을 그림처럼 조성한 일본의 3대 정원 가운데 한 곳이다.

일본은 말 그대로 우리의 이웃 국가다. 양국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켜야 하지만 일본의 태도가 계속 아쉽다. 하루빨리 편안하게 이시가와현을 방문할 날이 왔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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