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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야합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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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야합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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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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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야합(野合)이라는 단어가 지닌 본래 뜻은 들에서 개들이 교미하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들판(밖)에서 정을 통하는 것을 야합이라고 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불순하게 뜻을 합치는 정치인들을 두고도 야합이라고 한다. 고대에 이런 야합으로 태어난 사람이 4대 성인 중의 한 사람인 공자(孔子)라고 한다. 

기원전 6세기 중국 춘추시대 때 노나라에 공흘(孔紇)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기골이 장대한 9척의 무인으로 노나라의 대부가 되었다. 그에겐 소원 하나가 있었다. 번듯한 아들을 하나 남기고 죽는 것이었다. 공흘은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딸만 아홉을 낳았다. 그래서 둘째 부인을 얻어서 겨우 아들 하나 보았는데 절름발이 불구로서 그 아들의 이름은 맹피(孟皮)였다. 어느덧 환갑이 지나자 공흘은 마음이 급해졌다. 절름발이 아들을 하나 남기고 세상을 뜰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예순세 살이 되던 해 공흘은 마을 사람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성 밖으로 나가 북쪽으로 십 리쯤 가면 한 무녀가 살고 있는데 그녀에게는 과년한 딸이 셋이나 있으니 한번 찾아가 부탁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에 마음이 동한 공흘은 무녀의 집을 찾아가서 자기의 사정을 말하며 딸을 하나 주기를 청했다. 무녀가 딸 셋을 부른 다음 스무살 첫째 딸에게 물었다. “너 이 어르신의 아이를 낳아줄 생각이 있느냐?” 첫째는 고개를 저었다. 둘째에게 물었지만 둘째도 싫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열여섯 된 셋째에게 물었다. “네 어머니, 저는 어르신의 뜻을 기꺼이 받들겠습니다” 그 셋째 딸의 이름은 안징재(颜徵在)였다. 성품이 고결하고 마음이 섬세한 여인이었다. 열여섯 처녀였던 징재와 예순셋 노인이었던 공흘은 집 근처 들판에서 몸을 섞었다. 

이윽고 징재의 몸에서 태기가 생겼다. 징재는 열 달을 보낸 후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공자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러나 공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를 여의었고 무녀인 어머니 슬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마천은 그의 사기(史記)에서 처음으로 공자가 태어난 과정을 설명하면서 “야합(野合)”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사마천이 살던 시대의 야합은 지금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고 오히려 권유적이고 생산적인 의미가 강했다고 한다. 

지금도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가난한 집의 꽃다운 아가씨가 할아버지 같은 노인에게 팔려 가는 그런 야합적 결혼이 종종 보도되고 있다. 국어사전에도 야합(野合)은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거나,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특히 정치계에는 이런 야합이라는 단어가 종종 회자된다. 과거 한때 여야정치인들을 두고 낮에는 국회에서 원수처럼 싸우지만 밤이 되면 요정에서 호형호재(呼兄呼弟)하면서 야합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면 지금 우리 정치계에는 그런 야합이 완전히 사라졌을까?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대선도 끝났으니 우리 정치인들도 제발 정신 차리고 야합이 아닌 단합과 화합을 선도하는 주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쪼개지고 갈라지는 나라가 아니라 뭉치고 하나되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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